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계획하던 김모(46)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 중개소를 찾았다가 급격히 오른 월세 가격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올해 초 보증금 1억원에 230만원이던 전용면적 84㎡ 아파트 월세가 1년도 안 돼 27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변 대단지 아파트 시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다른 단지에서는 월세 300만원 이하의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KB부동산의 월간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월세 상승률은 7.15%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서울의 월세 상승률은 2020년을 시작으로 6년 연속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세 대출을 옥죈 6·27 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 보증금 조달이 어려워진 무주택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옮겨 가면서 월세 오름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동대문구, 성북구 등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1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향후 금리가 추가 인하되고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 심리가 더욱 커지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만 해도 아파트 월세살이는 드문 일이었다.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 끼고 매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저리의 전세 대출이 나왔기 때문에 굳이 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낼 이유가 없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는 많이 올라봤자 1년에 0.1%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세 계약 갱신 1회를 강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 5% 이하로 제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된 202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그해 월세가 1.65% 뛴 것을 시작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매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월세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6·27 대책’으로 인해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전세 자금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난 상황에서 서울 전체와 경기 12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 투자(전세 낀 매매)가 차단돼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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