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청사 안에 설치된 정수기 모습. 지난 11일에도 정수기 사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가 다음날인 12일에야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박수혁 기자
극심한 가뭄 탓에 시민들이 제한급수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최일선에 서야 할 강릉시청이 스스로를 제한급수 대상에서 제외하고 물 절약에도 늑장 대응해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도 강릉시청의 저수조 용량은 총 566톤(t)으로 대수용가(물 많이 쓰는 곳) 기준인 100t을 5배 이상 넘어서지만 대수용가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아파트(공동주택) 113곳,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총 123곳을 대수용가로 지정하고 사실상 시간제 단수 등 강력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강릉시가 청사 물 절약에 늑장 대응한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8일부터 구내식당 식판 위에 비닐을 깔고, 숟가락과 젓가락, 그릇 등도 일회용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10일부터는 각 부서 정수기와 커피머신 등 먹는 물 사용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개인별 생수를 사용하도록 했다. 또 각 층 화장실 세면대와 탕비실 싱크대 수전, 변기 비데, 청사 내 야외화장실도 폐쇄했다.
그러나 이미 일반 시민들은 저수율이 25% 밑으로 떨어지자 지난달 20일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정수기를 폐쇄한 채 생수를 사용하는 등 물 절약에 동참했다. 강릉시가 이날부터 수도 계량기 50% 잠금 등과 같은 제한급수를 시작했고, 물 절약을 위해 식당과 집단급식소 등에서 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일회용품을 사용해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릉시는 지난달 30일 정부의 재난사태가 선포된 뒤에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지난 8일부터 뒤늦게 물 절약에 동참한 셈이다.
이 탓에 시민들은 페트병에 소변을 본 뒤 물이 나오는 시간에 모아서 버리거나 요강을 구입하는 등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고 있고, 민간 상업시설인 대형 숙박업체까지 피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정작 시청사는 대상에서 제외돼 시간제 급수 등과 같은 별도의 제한을 받지 않은 채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릉시 쪽은 “시청사는 민원인도 많이 오고 직원들도 1000명 가까이 상주하고 있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대수용가에서 제외했다. 정수기 폐쇄 등과 같은 절수 방안도 애초 지난달 20일부터 계획했지만 민원인 불편 등의 이유로 다소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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