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드라마를 보면 응급실 환자들이 간호사나 의사를 붙잡고 '우린 언제 봐주냐'라며 다급하게 묻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실제로도 이랬던 응급실이 언제부터인가 바뀌었다. 대형 병원 응급실에는 환자별로 담당 의사, 간호사 이름과 검사까지의 소요 시간 등이 정리되어 나오는 화면이 있다. 이를 기획해 응급실 풍경을 바꾼 이는 디자이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를 거쳐 40년간 민간기업, 병원, 공공기관의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인을 해 온 이경미 더공감 대표다.
이경미 대표는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살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포용디자인과 삶'관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을 고려한 국내외 포용디자인 33개 전시 사례를 직접 섭외했다. 사단법인 무의가 참여하는 경사로 설치 확산 환경조성 프로젝트 '모두의 1층'도 초청을 받아 영상을 전시한다. 이 대표를 6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 디자인 경력이 40년째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후 대기업에서 15년, 독립해 설립한 사이픽스에서 25년간 제품·서비스 디자인을 해 왔다. 처음 현대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 울산에 갔을 때는 여직원이 드물어 내가 지나가면 '여자 지나간다'며 몰려오던 시절도 있었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0년 독립했다."
- 제품 디자이너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이력을 보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키마우스 MP3인 엠플레이어가 있다.
"당시 1020세대를 사로잡아 80만 대가 팔렸다. 대표 의지가 확고했다. MP3는 아이팟 등 외국 제품이 많았는데 젊은 여성들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국산 MP3를 만들자는 거였다. 전통적인 육각형 가습기 모양이 아닌 '물방울 모양의 가습기' 디자인 개발도 기억난다.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밤에 틀어놓고 자면 물이 고이지 않아 위생적인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물방울 가습기는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 병원 서비스 디자인을 많이 바꾸고 한국디자인진흥원 의뢰로 정형외과의 환자 경험과 대기 시간을 줄이는 컨설팅도 했다.
"서비스디자인엔 내 정체성이 더 투여된다. 공공, 사회 영역에 관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맥락을 볼 수 있다. 서비스 디자인차 처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간호사가 다 땅을 보고 다니더라. 환자들과 눈 마주치면 '우리 선생님 언제 오세요?'와 같이 당장 답변이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서다.
애타고 궁금한 환자와 대형 병원 특유의 의사 배치 구조를 분석해 이를 환자에게 잘 보여 줄 화면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게 담당 의사, 간호사, 대기시간, 검사 소요시간 등을 보여주는 전광판이었다. 이렇게 나온 컨설팅 결과가 형태는 약간씩 다르지만 모든 대형 병원 응급실에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의뢰를 받아 고척돔 안전 디자인 컨설팅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노란 바닥 스티커를 따라가게 동선 디자인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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