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86051?sid=001
<지금 이곳에선>
친일재산 국가귀속TF 꾸린 진천군
친일 재산 추적 전문가 대거 참여
샅샅이 조사, 내년 3.1절 결과 발표
화성·진안·강진 등 전국서 문의 쇄도
대통령도 환수 지시, 전국 확산 기대
송기섭 "친일재산 환수는 우리 의무"

진천군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19일 발족한 '진천 친일재산국가귀속 TF' 직원이 친일파 재산으로 의심되는 토지를 추적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천군 제공
충북 진천군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띄운 ‘친일 재산 국가귀속 프로젝트’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자체들의 동참 의사가 이어지는 등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8일 진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친일 재산 환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직후 이웃 지자체인 음성군에서 TF운영 계획과 친일 재산 발굴 방안 등을 문의했다. 이어 경기 화성시와 전북 진안군, 전남 강진군에서도 비슷한 문의 전화를 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성현 진천군친일재산국가귀속TF 팀장은 “지방정부가 친일 재산 환수 업무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추진 방법과 절차를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친일파 후손 소유 700여필지 조사가 핵심
앞서 진천군은 지난달 19일 군청 내에 친일재산국가귀속TF 사무실을 꾸리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자체가 친일 재산을 찾아 국고에 귀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TF는 송기섭 진천군수를 단장으로 진천군청 토지조사팀, 광복회 충북지부, 역사 전문가, 법률가(자문) 등 네 개 팀으로 구성됐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김남균 충북인뉴스 편집국장 등 친일 재산을 추적해 온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전 관장은 2006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국장은 친일파의 재산과 묘지를 추적한 책 ‘파묘’의 저자다.
진천군TF는 친일 재산을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군내 전 토지 17만 1,057필지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일제 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 등의 토지로 의심되는 700여 필지에 대해 정밀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토지는 이완용 차남,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제, ‘정미칠적’ 조중응·임선준 등이 소유주였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국가에 귀속된 것은 친일파 민영규가 후손에게 물려준 단 1필지(광혜원면 죽현리) 뿐이다.
TF는 토지 전수 조사를 토대로 내년 2월까지 친일 재산 여부를 가려내기로 했다. 토지 등기이전 과정을 살피는 것은 물론, 민간에서 파악하고 있는 친일 재산 정보를 적극 수집·활용할 참이다.
조사 결과는 내년 3·1절에 관련 자료와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친일 재산 환수 검토 및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부에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

송기섭(가운데) 진천군수가 지난달 11일 충북도청에서 류윤걸(오른쪽) 광복회충북지부장, 정덕희(왼쪽)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 잔재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한덕동 기자
진천군이 TF팀을 꾸린 것은 국가 주도로 추진됐던 친일 재산 환수 작업이 사실상 좌초됐기 때문이다. 친일 재산 환수는 2005년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에 따라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맡았다. 조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조사를 진행, 친일파 168명이 후손에게 증여한 2,359필지, 1,113만㎡를 환수 조치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친일재산 환수 업무가 법무부로 이관된 뒤 15년 동안 친일파 재산을 국가에 환수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광복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는 아직도 귀속되지 않은 친일파 재산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친일파 토지 대부분이 광복 후 제 3자에게 은밀히 매각돼 추적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친일 재산을 발굴한다면 국가 귀속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별법에 따라 제 3자에게 넘어간 토지라도 친일 재산임을 밝혀내면 매각 대금을 부당 이익금으로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속업무, 지자체와 중앙정부 역할 분담해야"
진천군은 친일 재산 국가귀속 프로젝트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친일파 재산 환수를 별도 지시했고, 이에 70%가 넘는 국민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진천군은 프로젝트 확산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안을 법무부·국토부 등 관계 중앙 부처에 건의했다. 환수 업무는 전처럼 국가가 맡되, 토지 조사 업무는 해당 토지를 가장 잘 아는 지자체에서 수행해 인력과 비용의 중복 투입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또한 누락된 친일 재산을 신속히 찾아내기 위해 한문으로 작성된 옛 토지대장의 한글 변환 사업을 전국적으로 조속히 시행할 것도 건의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역할을 분담해 예산도 절감하고 실질적인 발굴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친일 잔재 청산은 헌법적 가치를 회복하고 올바른 역사를 세우기 위한 후손들의 의무”라며 “시대적 사명인 프로젝트에 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