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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말 서툰 다문화 병사 늘자… 軍, 때아닌 통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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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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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400명, 곧 1만명 넘을 듯
“화장실은 ‘뚜알렛’, 연병장은 ‘플라츠’….”

 

강원도 육군 전방 부대의 행정보급관 A 상사는 올해 초 전입 온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다문화 병사와 소통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러시아어를 배웠다. 20대 초반인 이 병사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부모 모두 외국 출신이지만 한국으로 귀화한 다문화 청년들은 그간 병역 면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로 2010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이들도 현역 입대 대상이 됐다. 이 부대에 우즈베크어나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병사는 없었다. A 상사는 “영어로 겨우 뻐끔뻐끔 대화를 나눴지만 작전 투입은 어림도 없었다”며 “논의 끝에 이 병사를 후방 부대로 전출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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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내 다문화 가정 출신 입영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일선 부대에서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통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상관 지시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어가 서툰 병사들이 전방 부대에 배치되면서 이들에게 작전을 지휘하고 훈련 지시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현역 입대 비율이 높은 육군에서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비상이 걸린 일선 지휘관들은 베트남어, 우즈베크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된 전용 책자를 만들거나 다문화 병사와 나머지 부대원들이 소통 가능한 ‘국제 공용어’인 영어 통역 전담병을 지정하고 있다.

 

병역법이 처음 개정된 2010년 다문화 병사는 51명(전체 군 병력의 약 0.01%)이었지만, 6년 뒤인 2016년 600명을 돌파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올해 군 내 다문화 병사는 이미 4000명을 돌파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군은 오는 2030년 이후론 다문화 병사가 육군 한 개 사단에 맞먹는 규모인 1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군 전체 병력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2030년 이후엔 다문화 병사 비율이 전체 병력의 5%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이는 추정치일 뿐, 정확한 인원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다문화 병사 여부를 구분하는 게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16년 이후 통계 작성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다문화 병사의 적응을 위한 군 당국 차원의 교육·지원 체계도 없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탓에 언어·문화 장벽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간부들과 병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훈련소 교관 B 상사는 다문화 병사들이 훈련 교범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단 ‘sit(앉아보라)’이라고 한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번역 앱인 ‘파파고’로 훈련 내용을 일일이 입력해 통역 버전을 보여준다. 그는 “총기 명칭, 장비 조작법처럼 정확한 용어가 필요한 부분은 번역이 어렵다”며 “정확한 훈련 내용을 알려주려면 30~40분이 걸리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전방 부대에서 인사 장교로 근무하는 C 중위는 최근 부대로 전입 오는 다문화 병사들이 늘자 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으로 된 기본 생활 수칙 자료를 만들었다. 강원도 동부 전선의 한 신병교육대대 중대장 D 대위는 작년부터 다문화 병사들을 위해 영어를 할 줄 아는 병사를 ‘전담 도우미’로 지정해 훈련을 돕도록 하고 있다.

 

‘언어 장벽’에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례도 많다. 베트남에서 자란 박모(23)씨는 대학 입시와 입대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다 올해 초 전역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얼차려를 받기 일쑤였다. 전역 이후에도 원형 탈모로 고생하고 있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엔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출신 김모(22) 일병이 언어 소통 문제 등으로 따돌림을 겪다 부대에서 투신해 척추를 크게 다쳤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2547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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