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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폐쇄에 여행 망쳐" vs "상황 이해"…난리 난 강릉 호텔 [현장+]

무명의 더쿠 | 09-02 | 조회 수 7123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79243?sid=001

 

강릉, 수도계량기 75% 잠그는 급수 제한 본격화
저수율 14.4%까지 떨어진 주 수원 오봉저수지
호텔 업계, 전액 환불·위약금 면제 등 보상책 마련
카페·음식점, 설거지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 늘려

사진=유지희 기자

사진=유지희 기자
2일 오전 8시 강릉역. '강릉시 가뭄으로 인한 급수 75% 제한 조치에 따라 화장실 일부 이용이 제한됩니다. 다른 세면대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수도계량기의 75%를 잠그는 급수 제한이 본격화되면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가뭄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일부 변기 칸은 닫혀 있었고 세면대도 절반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날 행정안전부의 '강릉 가뭄 대처 상황 보고'에 따르면, 강릉 지역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일 오후 6시 기준 14.4%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0.3%포인트 더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수도계량기의 4분의 3을 잠그는 극약 처방에 나섰고, 강릉 내 공중화장실 47곳이 폐쇄됐으며 수영장 3곳도 운영을 멈췄다.

◇강릉 주요 호텔 수영장 사우나 전면 중단·축소 조치
사진=유지희 기자

사진=유지희 기자
가뭄은 관광지 강릉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주요 호텔·리조트들이 물 절약 동참 차원에서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전면 중단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지난 31일부터 수영장과 사우나 등 모든 부대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호텔 내에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인해 재난 상황으로까지 확대됐으며, 이에 따라 강릉 주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오늘 자로 상황 종료 시까지 호텔과 레지던스의 모든 수영장 및 사우나 등 물 사용 부대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레지던스에 거주 중인 이 모 씨는 "실제로 사우나와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가뭄 위기에 동참해야 하니 이건 개인의 호불호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협조해야 한다"며 "분양받아 한 달 정도 살고 있는데, 먹는 물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시설 운영 중단 공지 이후 일부 취소 사례는 있었지만, 안내받은 고객들은 강릉 지역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투숙 당일까지 고객 요청 시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어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난 상황 이해한다" vs "가족 휴가 망쳤다" 엇갈린 반응
닫혀있는 세인트존스 호텔 수영장/사진=유지희 기자

닫혀있는 세인트존스 호텔 수영장/사진=유지희 기자
세인트존스 호텔 역시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초 오션 인피니티풀을 중단하고 파인 인피니티풀 운영 시간을 1시간 단축한다고 공지했지만, 이날부터는 파인 인피니티풀까지 전면 폐쇄했다.

입구에는 "가뭄으로 인한 재난 상황 선포에 따라 9월 2일부터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중단한다. 중단 기간은 재난 상황 종료 시까지이며, 고객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 부탁드린다"는 긴급 안내문이 붙었다.

호텔을 찾은 30대 주부 송 모 씨는 "재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송 씨는 "수영장을 전혀 이용하지 못했지만, 가뭄 상황을 알기에 이해한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괜찮다. 수영장 이용 불가 사실은 와서 알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고객이 담담한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호텔 프런트에서는 환불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는 손님도 있었다.

수원에서 가족과 함께 온 40대 윤 모 씨는 "수영장을 갑자기 사용 못하게 하니까 퇴실해야 할 것 같다"며 "어제저녁 9시가 다 돼서야 문자가 왔다. 객실 환불은 확인해 봐야 한다. 아이까지 같이 왔는데 수영장 이용이 안 된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윤 씨는 이어 "2박 3일 일정으로 왔는데 아쉽다. 일단 수영장은 환불해 준다고 하는데 객실은 환불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환불 못 받는다면 수십만 원 손해"라며 "일부러 가족 휴가를 위해 왔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사진=유지희 기자

사진=유지희 기자
반응은 세대별로도 엇갈렸다. 초등학교 1학년 김 모 군은 "계곡에서 놀면 돼, 괜찮다"며 웃어 보였지만, 김해에서 온 40대 주부 박 모 씨는 "어제는 수영했는데 오늘부터는 아예 못 하게 돼 1박 2일 일정이 틀어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박까지 고려했지만 결국 퇴실을 서둘렀다"고 했다

호텔 직원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은 "우리도 어제저녁에야 수영장 중단 지시를 받아 급히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며 "고객 불만은 당연하지만, 지시가 갑작스럽다 보니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썬크루즈 호텔 앤 리조트, 씨마크호텔, 메이플비치 골프앤리조트도 일제히 동참했다. 씨마크호텔은 노천탕과 자쿠지 등 고온수 시설 운영을 중단했고, 메이플비치는 수영장 사용 불가로 인한 숙박 예약은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불편은 불가피하지만, 지역 물 부족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강문해변 스타벅스, 매장 손님도 일회용 컵 제공
스타벅스 강릉강문해변점/사진=유지희 기자

스타벅스 강릉강문해변점/사진=유지희 기자
가뭄의 여파는 관광 숙박업뿐 아니라 일상 공간에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강릉 강문해변 앞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매장 내 손님에게도 일회용 컵을 제공했다.

평소 같으면 매장 내 음료는 머그잔이나 다회용 컵에 담겼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매장 입구에는 "제한 급수로 인한 강릉시 일회용품 사용 한시적 허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손님도 있었다. 한 손님은 "왜 매장 컵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주지"라며 의아해했지만, 곧 안내문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다른 손님은 "일회용품 사용이 물 절약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빽다방 직원 B씨는 "물 부족으로 세척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회용 컵 제공을 늘렸다"며 "고객들도 사정을 알고 있어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행안부와 환경부, 강원도·강릉시는 합동으로 '범정부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을 꾸렸다. 소방차 71대, 군 물탱크 4대 등 총 112대 장비가 동원돼 오봉저수지에 운반급수 5071t을 지원했으며, 대체용수 2만t도 공급됐다.

시민들에게 제공할 생수 141만 병이 비축돼 있고, 노인복지시설과 학교에는 이미 28만여 병이 배부됐다. 곧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병물 배급도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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