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원래 이 소설은 못생긴 여자가 여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담아서 당시에는 굉장한 파격이었는데
(묘사를 보면 엄청 못생긴 건 아니고 걍 평범한 정도인 것 같음)
지금 이 소설을 보면 시대차별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많음 특히 남주인공 로체스터에게 매우 하자가 많음
일단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는 로체스터의 양녀 아델의 가정교사와 그 주인으로 만나는데
아델을 로체스터한테 버리고 이탈리아로 도망간 엄마는 로체스터의 정부였던 프랑스 오페라 무용수임
그 시절 프랑스 오페라 무용수는 걍 스폰서 있으면 창녀....... 게이샤, 유녀, 기생이랑 별 다를 거 없는 직업이었다고 해도 무방함
어쨌든 아델은 끝까지 로체스터의 친딸인지 그게 아닌지 안 나오는데, 로체스터는 아델의 엄마가 그때 양다리를 걸쳐서 내 새끼 아니라고 말함
그리고 아델한테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흔적이 보이면 경멸하고 무시하면서 너네 엄마가 그랬지 ㅋㅋㅋ 하면서 아델을 꼽주는 장면이 종종 나옴
아델은 10살 정도인데 이거 아동학대임......... 제인 에어가 어린 시절 받은 아동학대나 정서적인 로체스터의 아동학대나 그게 그거
어쨌든 아델 이야기는 많이 안 나와서 이 정도로 하고, 로체스터의 진짜 문제는 와이프가 있다는 거였음
와이프가 멀쩡하게 있는 상태에서 아델네 엄마를 정부로 삼고 제인 에어랑 결혼도 하려고 했던 건데 이 와이프는 바로 버사라는 인물임
문제는 이 버사가 정신병자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취급되고 로체스터가 버사를 가둬 놓았다는 것, 이건 버사의 출신을 볼 필요가 있음
버사는 자메이카 출신의 크레올(서양판 화교)인데 크레올은 화교처럼 자메이카에 있는 백인 2~3세거나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임
로체스터 피셜 버사가 이국적인 미인이라고 하는 걸 보면 혼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부유한 지참금으로 로체스터를 부자로 만들어 준 인물임
그런데 어떻게 보면 로체스터는 버사가 미치광이라는 이유로 저택 한 구석에 가둬 버리고 돈만 쏙 빼먹은 나쁜 새끼인데 이 부분은 하나도 안 나옴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크레올을 짭백인으로 경시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크레올=정신병자라는 프레임을 씌웠던 것 같으며 이건 그냥 인종차별하는 거
버사의 최후도 집에 불 지른 다음 옥상에서 뛰어내려 추락해서 비참하게 죽는 걸로 나오는데 현대 평론가들은 이 부분을 아주 비판하고 있음
오죽하면 어느 빡친 근대 작가가 버사를 주인공으로 한 2차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써서 히트쳤을 정도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도 드라마판이 있음
그런 주제에 로체스터를 다리는 절고 눈은 장님이 된 불쌍한 남주인공 서사를 만들어 놓았으니 지금 보면 개찝찝함
어떻게 보면 멀쩡했던 부인이 자메이카 출신이라 환경 좀 다르고 성격 차이 좀 있다는 이유로 이 여자 미쳤다고 가둬버린 다음 바람 존나 피고 다니고
제인 에어와 사기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인물을 불행서사로 만들어 놓았으니 찝찝할 수밖에..... 게다가 제인은 로체스터와 결국 결혼하고 아들 낳고 행복하게 삼
원덬이 어릴 때 필독도서라서 읽었지만 나이 들고 나서는 안 읽게 되는 소설이 제인 에어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부자 되는 것도 띠용이고 사촌오빠가 결혼해서 선교활동 하자면서 사랑 없는 결혼무새로 집적대는 것도 에바긴 했음
그 밥도 제대로 안 주는 미친 학교에서 헬렌 번즈랑 친구 먹을 때까지가 재미있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