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천주교 사제·수도자 시국선언문>
3,269 43
2025.03.29 21:37
3,269 43
“헌법재판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1. 어두울 때마다 빛이 되어 주시는 분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치유와 회복이 절실한 모든 분에게, 특히 산불로 쓰라린 아픔을 겪고 계신 많은 분에게 하느님의 위로가 있기를 빕니다. 불안과 불면의 혹한을 견디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기다렸던 봄에 이런 재앙을 당하고 보니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2. 울창했던 숲과 집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일제와 싸우고 독재에 맞서 쟁취했던 도의와 가치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작년 그날 마음에서 지운 윤석열 씨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마는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대통령의 수족들이 우리 역사에 무서운 죄를 짓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먼저 공직의 타락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국회가 선출한 3인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의 의무 위반”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듣고도 애써 공석을 채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내려진 법적 판단이니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며 국민을 훈계합니다. 총리의 이중적 처신은 헌법재판소가 초래한 것이기도 합니다. “피소추인이 헌법수호와 법령을 성실히 준수해야 할 의무(헌법 제66조, 제111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했다”고 말한 뒤, 그렇다고 “파면할 만한 잘못”, 곧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직무에 복귀시켰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었지만 죄인으로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서울중앙지법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검찰총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맞장구치는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생겨났겠습니까? 대한민국을 통째로 태우려던 불길은 군을 동원한 쿠데타를 넘어 사법 쿠데타로 번졌으며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4. 그 다음은 헌법재판소의 교만입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납니다. 신속하고 단호한 심판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입니다.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화재를 진압해야할 소방관이 도리어 방화에 가담하는 꼴입니다.


여덟 명 재판관에게 묻겠습니다. 군경을 동원해서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가타부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재판관들에게 성경의 단순한 원칙을 전합니다. “너희는 말할 때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한참 늦었으나 이제라도 당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십시오. 헌법재판소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입니다.  


5.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일점일획조차 무겁고 무섭게 여기는데 법을 관장하고 법리를 해석하는 기술 관료들이 마치 법의 지배자인 듯 짓뭉개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에 난입했던 폭도들 이상으로 법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합니다. 아무도 “이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신명 4,4)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잠자리에 들어도 대부분 잠들지 못하는 날,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 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악마를 대적하십시오.”(1베드 5,8-9) 정의 없는 국가란 ‘강도떼’나 다름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만도 못한 ‘사자들’이 우리 미래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6.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땅이 꺼졌고, 새싹이 움트던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멀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많은 분들이 밤낮 낮은 데서 궂은일 도맡아 주고 계시므로 올해 민주 농사는 원만하고 풍요로울 것입니다. 화마도 태울 수 없고, 내란 세력도 빼앗을 수 없는 귀한 마음으로 약한 존재들을 보살핍시다. 미력한 사제, 수도자들이지만 저희도 불의의 문을 부수고 거짓의 빗장을 깨뜨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2025. 3. 30.

아름다운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사순절 제4주일에

천주교 사제, 수도자 일동


https://x.com/b1ue_m1ng/status/1905946501454721048?t=5ZavScCcD7vX44yFx2gMyg&s=19

목록 스크랩 (0)
댓글 4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던스🩷] 원조 겔 마스크 맛집의 역대급 신상✨ NEW 콜라겐 젤리 미스트 체험 이벤트 (100인) 325 00:05 7,01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12,59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858,5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898,59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188,12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2,24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06,3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26,19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0 20.05.17 8,632,09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7,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98,3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672832 이슈 장항준 리포터시절 드립 1 13:44 191
1672831 이슈 9급 지방의회직 하는 업무 알려준다 7 13:43 754
1672830 이슈 출장 업무하면 겪는다는 일.jpg 13 13:41 1,393
1672829 이슈 걸그룹 엑신(X:IN) 3월 4일 친한친구 방송방(친친방) 착장.jpg 13:41 152
1672828 이슈 서울 지역 초등학교 첫 신입생 0명 16 13:39 1,264
1672827 이슈 오늘 상장한 케이뱅크 실시간 좆된 상황...ㄷㄷㄷ 70 13:33 8,674
1672826 이슈 작곡진 라인업 잘 뽑은거 같은 OWIS 7 13:32 433
1672825 이슈 동안이라고 엑스에서 화제인 모델겸 사진작가 17 13:32 1,929
1672824 이슈 AI 사용해서 만든 프로모 영상 올렸다가 투바투 팬들에게 비난댓글만 만오천개 받고있는 빅히트 33 13:30 2,160
1672823 이슈 4월에만 무려 4팀 컴백한다는 하이브...jpg 14 13:28 1,452
1672822 이슈 팝마트에서 나오는 듯한 라부부 X 산리오 콜라보 인형.jpg 39 13:27 2,331
1672821 이슈 역대급 진상 민원인 (워크돌) 8 13:27 789
1672820 이슈 왕사남 이홍위 엄흥도 밥상대화씬 5 13:27 1,073
1672819 이슈 미국판 입틀막 (feat.청문회) 4 13:27 586
1672818 이슈 짐 비앙코 "韓 증시, 심장 약한 사람에겐 부적절" 35 13:20 2,780
1672817 이슈 최근 강승윤 서울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 젝스키스 은지원 - 커플 7 13:19 827
1672816 이슈 [WBC] 5회말 대만 0 : 2 호주 (투런 홈런) 8 13:17 750
1672815 이슈 타카하시 루미코 작가의 첫 히로인, <시끌별 녀석들> 라무(1978). gif 4 13:15 632
1672814 이슈 에이브릴 라빈 팬들마저 이 노래 대체 뭐냐고 할 만큼 반응 안 좋았지만 숨어서 듣는 사람도 제법 있는 노래... 7 13:11 830
1672813 이슈 역대 걸그룹 곡중 멜론차트 최장기간 진입, 최다 스트리밍 기록중인 곡 8 13:07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