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불길도 못 태운 農心, 그들은 ‘내일’을 심고 있었다
10,758 1
2025.03.28 00:06
10,758 1
AqKDHe
weLbqH
yPnUMr



27일 오후 영양군 산보면 화매리.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밭에서 노인들이 묵묵히 모종을 심고 있었다. 불길이 덮칠 듯한 긴박한 순간에도, 그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채 땀방울을 흘리며 땅에 씨앗을 심고 있었다. 산불로 인한 재가 떠다니며 하늘의 해마저 가리고, 숨 쉬기조차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일을 멈추지 않았다.


농부의 철학을 지키는 파수꾼들은, 주름처럼 세월이 가득 담긴 거친 손으로 물을 뿌리는 기계를 들고 있었다. 한 줄기라도 생명을 키워내려 애쓰고 있었다. 내뿜은 물방울은 삶을 이어가려는 작은 몸부림이었고, 불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그와 함께, 불에 그을려 목줄이 끊긴 채 정적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가 있었다. 불길을 피해 뛰쳐나온 강아지의 눈빛 속에서 마지막 남은 의지를 느끼게 했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강아지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곁에 다가갔다.


산불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마을 곳곳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두려움도 모종을 심는 손길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산불 연기 속에서 공기는 탁했지만, 묵묵히 일을 이어갔다. 그들이 심은 씨앗은 단순한 농작물이 아닌, 살아가려는 의지와 희망의 상징이었다. 마치 강아지가 불길 속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다시 다가온 것처럼, 그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생명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말없이 삽을 들고 흙을 고르고, 또 다른 어르신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굳은 얼굴로 씨앗을 심고 있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삶은 더디게 움트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살아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 A씨(78)는 대피를 권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종을 심는다.”


그는 단지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닌, 삶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심고 있었다.


이 마을의 노인들에게 농사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일상이었고, 희망을 만드는 일이었다. 비록 산불이라는 큰 재난 속에서도, 그들은 농사라는 작은 일에 인생의 의미를 두고 있었다. 살아가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일을 위해, 희망을 위해.


영양의 산불이 지나간 뒤, 이 작은 마을은 아마도 조금 더 회복될 것이다. 씨앗이 땅 속에서 꿈틀거리며 농작물이 자라고, 삶 역시 다시금 뿌리를 깊게 내릴 것이다.


그들은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다. 산불의 연기 속에서도,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윽고 마침내, 비가 내렸다.


https://www.dk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489362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윤채X더쿠] #여름두피쿨링케어 ‘리밸런싱 스파클링 에센스’ 체험단 (100인) 423 04.29 26,10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13,88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05,58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95,18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05,76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7,57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57,04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64,96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7 20.05.17 8,676,8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67,35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09,945
모든 공지 확인하기()
420380 기사/뉴스 인천에도 '롯데타운' 만든다…롯데百 인천점 연매출 1조로 육성 4 09:09 477
420379 기사/뉴스 대한민국 시민 포함될까…"올해 노벨평화상 총 287 후보" 20 08:55 1,514
420378 기사/뉴스 [르포] '거지맵'에서 한 끼 3000원 식당 찾는 MZ들…"발품 팔아서라도 돈 아껴야죠" 7 08:40 1,692
420377 기사/뉴스 “저축 필요없다…정부가 월445만원 보편고소득 지급할 것” 머스크 전망에 미래학자가 한 말 41 08:36 3,719
420376 기사/뉴스 송은이·김신영, 4년 불화설 전말 "재계약 불발에 속상, 가족처럼 연대했는데…" ('옥문아') 9 08:32 4,178
420375 기사/뉴스 여성은 사회적 약자?…남성 4명 중 1명만 ‘공감’ 30 07:51 2,370
420374 기사/뉴스 [단독] 지난해에도 ‘교탁 뒤’ 성추행?…담임교사 신고 더 있었다 14 07:44 1,645
420373 기사/뉴스 [단독]보이스피싱 ‘해외 몸통’ 집중 검거하니… 피해액 45% 줄어 5 07:39 1,248
420372 기사/뉴스 [단독]고교학점제 1년…선택권 사라지고 ‘입시부담·학습격차’만 키웠다 39 07:31 2,102
420371 기사/뉴스 S&P500, 나스닥 사상 최고치 경신 15 07:22 4,814
420370 기사/뉴스 8개월 영아 머리뼈 골절 사망, 친모가 리모컨으로... 13 06:54 2,515
420369 기사/뉴스 11번가, 美 아마존과 협업 종료… 8 00:14 2,494
420368 기사/뉴스 울산 산부인과서 30대 산모 제왕절개 중 사망…경찰 조사 36 04.30 5,899
420367 기사/뉴스 “그렇게 반중 외치더니 중국산이 웬 말?”…美 국방장관 부인 6만원짜리 드레스 ‘시끌’ 2 04.30 3,427
420366 기사/뉴스 트럼프 장남, 서울 삼겹살집서 포착…비공식 방한 일정 25 04.30 6,030
420365 기사/뉴스 "제주항공 참사 '가짜 유족' 있다" 허위글 올린 대학생 벌금 600만 원 5 04.30 1,039
420364 기사/뉴스 GTO, 28년 만에 속편 확정… '52세' 소리마치 다카시 주연 복귀 [룩@글로벌] 13 04.30 1,579
420363 기사/뉴스 거창군, 면사무소 회계업무 담당 공무원이 14억 횡령 19 04.30 3,994
420362 기사/뉴스 HMM 부산 온다… 북항에 랜드마크급 사옥 건립 13 04.30 1,620
420361 기사/뉴스 [속보] 한화솔루션 유증, ‘또’ 퇴짜…6000억 줄여도 금감원 문턱 못 넘었다 5 04.30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