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여성 아이돌’의 ‘성실하고 싹싹한 아르바이트’ 대견하기만 한 일일까
13,757 26
2025.03.20 22:53
13,757 26

K팝 아이돌 멤버가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내용의 웹 예능 <워크돌>에 출연한 (여자)아이들 멤버 슈화(왼쪽)와 엔믹스 멤버 해원. 유튜브 채널 <워크맨> 갈무리

K팝 아이돌 멤버가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내용의 웹 예능 <워크돌>에 출연한 (여자)아이들 멤버 슈화(왼쪽)와 엔믹스 멤버 해원. 유튜브 채널 <워크맨> 갈무리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청년 아르바이트를 경험으로만 치부하는 ‘워크돌’

 

<워크돌> 시즌 1의 첫 영상 제목은 ‘알바 시작 전부터 급여 협상해버리는 신입’이다. 일하기 전에 급여를 포함한 노동 조건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지만, 마치 신입의 이런 행동은 유난스럽고 특이하다는 듯한 제목이다. 제작진은 슈화에게 원하는 급여를 묻고, 슈화는 자신과 멤버들의 능력치를 언급하며 시급을 제시한다. 시즌 4의 워크돌 구인 광고를 보자. “자격요건: 아이돌. 근면성실. 유잼 머신 예능감 보유자. 퀸/킹 네버 크라이스러운 멘털. 국가대표 저리가라 체력. 우대사항: 외국어 가능.” 그야말로 지, 덕, 체를 다 겸비한 인재를 찾고 있다. 실제로 <워크돌>의 MC들은 차력쇼 수준의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론은 대부분 최저임금 엔딩. 요구 사항은 많지만, 인건비는 가장 저렴하게 책정하는 현실 그 자체다. <워크맨>에서 진행했던 ‘전설의 알바생 찾기’처럼, 실제로 현장에는 1인분 이상을 해내는 숱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다. <워크돌>에서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들도 대부분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사소해 보이지만 소비자 만족도와 직결되는 ‘한끗’은 현장에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짬’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숙련도나 기여도, 노동 강도는 고려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는 불안정 노동, 단기 근로 노동으로서 제도와 인식의 차원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데, 아르바이트가 ‘청년들의 노동’으로 범주화된다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즉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인식이 여전히 청년 노동을 경험으로 환산하기에 아르바이트는 용돈 벌이나 인생 공부 이상으로 의미화되지 않는다. 이런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처리 등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다.

 

‘어린 여성’ 아이돌의 직업 체험, 판매직인데 고객 코 풀어주고 PC방에선 삼겹살 구워 요리도

 

동시에 아르바이트생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프로처럼, 실수 없이 일하기를 기대하는 모순이 존재한다. 뭐야, 사측이세요? <워크돌> 떡집 편에서 해원이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파지 떡이 나오자, 떡집에서는 그 책임을 해원에게 물린다. 해원은 일급 7만5000원 중 4만3000원을 파지 떡을 사는 데 쓰고 이는 ‘양심 값’이라는 이름으로 수습되었다. 해원이야 <워크돌> 출연료를 따로 받지만, 실제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시즌 3의 마지막 영상은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상사들이 출연하여 일종의 동창회를 하는데, 거기에서 ‘요즘 알바생들은 주인의식이 없고 연대의식을 느끼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장님이 지탄받았다.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주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못해 기이하다. 최근 빅뱅의 대성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서 헤어 메이크업 담당자를 두고 “여기 있는 만큼 급여를 주고 다른 데 가 있으면 그 시간만큼 돈을 안 준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었다. 일명 ‘꺾기’라고 하여 업무 지시를 기다리거나 대기하는 시간 동안은 급여를 주지 않는 노동법 위반 사례인데, 대성은 이를 마치 ‘CEO의 기발한 전략’인 양 후배 가수에게 자랑한 것이다. 한편, 최근 업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은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은 이 모든 것을 ‘까라면 까야’ 하는 문제도 있다. <워크맨>에서 ‘2+1 일거리 증정’이라고 섬네일을 뽑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대표적이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추가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제공하는 품목과 서비스를 늘리며 이익을 취한다. <워크돌>에서 러쉬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슈화는 판매직이지만, 운영 방침에 따라 고객들의 발을 씻어주고 코를 풀어준다. 해원은 PC방 알바를 하러 갔다가 삼겹살을 굽고 닭을 튀기는가 하면, 호객하려고 자신의 춤과 노래를 동원한다.

 

중략

 

“너 지쳤니? 나약하다, 요즘 애들” 같은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해원은 그야말로 몸이 부서져라 <워크돌>에 임했다. 유튜브채널 <워크돌>갈무리

“너 지쳤니? 나약하다, 요즘 애들” 같은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해원은 그야말로 몸이 부서져라 <워크돌>에 임했다. 유튜브채널 <워크돌>갈무리

 

해원 역시 마찬가지다. 해원은 시즌 2 첫 화에서 각목을 들고나와 씩씩하게 외친다. “모두들 요즘 MZ세대들 나약하다 뭐라 하는데, 강인한 정신력으로, 예? 그런 거 다 깨버릴 거예요, 예?” 그리고 3개의 송판을 격파하며 <워크돌>에 임하는 태도를 명시한다. 각 송판은 ‘낙인’을 상징한다는데, 그것이 ‘MZ세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여성 아이돌’을 향한 것인지 애매하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첫 번째 낙인은 ‘한계’, 두 번째는 ‘편견’, 세 번째는 ‘나약함’. 이를 깨부수어야 한국 사회가 선호하는 노동 에토스이자, 노동자인 여성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덕목에 도달할 수 있다. “너 지쳤니? 나약하다, 요즘 애들” 같은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해원은 그야말로 몸이 부서져라 <워크돌>에 임했다. 해원은 특유의 예능감과 기력, 친화력, 순발력, 성실함이 돋보인다. 싸늘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억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내던져 몰입하며, 편집된 분량에서도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낸다. 실수하면 생방송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기상 캐스터 아르바이트의 부담감이나 승무원 체험에서 기내 방송의 압박감도 이겨낸다. 반짝반짝한 해원은 <워크돌>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고, 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댓글처럼 해원은 앞으로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노동 에토스의 소유자다. 이는 어린 나이에 걸그룹으로 데뷔한 해원 고유의 재능일 수도 있지만,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어린 여성 노동자의 생존 기술이기도 하다. 마냥 ‘대견하게만’ 봐서는 곤란하다.

 

[플랫]“‘키빼몸 120’ 안되면 불성실하다”는 평가받는 ‘연기 전공’ 여성 청소년들

 

<워크돌> 시즌 3 마지막 방송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들의 방문에 해원은 울컥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방송을 망칠까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눈물을 그치려고 애쓴다. 기분을 잘 관리하여 노동에 차질 없도록 하는 것 또한 이 시대 노동자에게 은밀하고 집요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화는 감동과 함께 서늘한 현실을 환기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01056001

목록 스크랩 (1)
댓글 2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임프롬X더쿠🧡] 아마존 1위* 뽀얗고 촉촉한 피부를 위한 🌾라이스 토너🌾 체험단 (50인) 252 02.20 10,02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774,29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690,18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756,13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992,18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4,82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6,91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7,2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9 20.05.17 8,623,8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1,54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80,9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8426 이슈 2/21일 손흥민VS메시 역대급 개막전 앞두고 모터달고 홍보중인 MLS(미국프로축구) 13:30 4
2998425 이슈 얼탱이 터지는 태국 과자 광고ㅋㅋㅋㅋ 1 13:29 178
2998424 유머 인형이 우리 강아지랑 닮았어요 2 13:28 235
2998423 유머 신혜선 전설의 짤 2 13:28 378
2998422 정보 AI 판사가 판결 잘못하면 책임은 누가 질까 2 13:27 95
2998421 기사/뉴스 박명수, 6세 태하와 깜짝 만남 "별짓을 다 해도 아저씨 아닌 할아버지" [RE:뷰] 1 13:27 201
2998420 기사/뉴스 ‘애 둘 아빠’ 조복래, 5년 미뤄온 결혼식 당일 연기…“개인적 상황·양가 사정” 2 13:24 1,216
2998419 이슈 어린이손님은 친구어머니를 위해 꽃을 사들고 가는 대단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6 13:22 1,055
2998418 이슈 오늘자, 제로베이스원 한유진 플챗 5 13:21 877
2998417 기사/뉴스 박명수, GD 향한 '끝나지 않는 외사랑'…호피 귀마개까지 커플템이네 4 13:21 300
2998416 이슈 존나 킹받는 뉴욕 호텔의 장사법.x 8 13:16 1,255
2998415 기사/뉴스 최시원, '불의필망' 논란 확산…SM "합의 없다" [공식] 43 13:15 3,445
2998414 기사/뉴스 박명수, ‘미친개’로 폭주! 정준하 “컨트롤 할 사람 나뿐이야” (놀면 뭐하니?) 3 13:14 358
2998413 기사/뉴스 제국의아이들 김태헌 정희철 하민우, 日 유닛 팬미팅 연다 5 13:12 543
2998412 기사/뉴스 '보검 매직컬' 특급 알바생 박해준-최대훈, 자체 최고 시청률 견인 [종합] 3 13:10 506
2998411 이슈 군백기때 입덕한 팬들이 본인 안좋아할까봐 걱정했다는 고우림 13:10 615
2998410 이슈 "美대법 관세 위법 판결, 日의 대미투자에 영향 없을 것" 13:09 232
2998409 기사/뉴스 허가윤 '사망' 친오빠 이야기 꺼냈다 "심장 수술하기로 한지 3일 만에" ('유퀴즈') 23 13:07 5,038
2998408 이슈 발매 4달만에 멜론 일간 피크 순위 새로 갱신한 하츠투하츠 'FOCUS' 17 13:04 744
2998407 기사/뉴스 장거리 달리기 혈액 건강에 부담…활성산소 늘어 세포 늙는다 22 13:04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