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핵 무장' 발언 나오자…외교적 부담 느낀 美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국방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이 고조될 경우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학계와 여당에서 독자 핵 무장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의 독자 핵 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국제질서를 깨고 이에 따른 제재를 감내해야 하는 큰 외교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조치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확장억제 정책에 따라 한국에 대한 '핵 우산'을 제공하는 미국의 절대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현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에서의 갈등 고조,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등으로 미국 외교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과의 사전 교감 없는 핵 무장 가능성을 언급하자 즉각 미국 조야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압박 혹은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 때문에 윤 대통령의 핵 무장 가능성 발언이 미국에 대한 적절한 압박이 돼, 미국이 한국을 달래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확장억제 강화 '선물' 아니었나…"오히려 美의 압박 커진 것"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종료 직전 한국을 북한, 이란 등이 포함된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한국의 '뒤통수'를 친 모양새가 됐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원자력·핵 관련 교류에 제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감국가 지정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과 추정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의 '경고'를 간과하고 과도하게 성과만 내세워 핵 무장론 여론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적 관점에서 보면 워싱턴 선언에 의아한 문안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최 전 차관은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는 워싱턴 선언의 문안에 대해 "한국은 이미 오랜 기간 NPT 의무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잘 준수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이 문안이 정상급 선언에 명시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 문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은 증거라며 "윤 대통령에게 NPT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잘 지키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한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것으로, 윤 대통령의 핵 무장 가능성 발언이 미국에게 '적절한 압박'이 됐다는 평가는 틀렸고, 오히려 미국의 의심을 사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 최 전 차관의 주장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의 첫 보도 이후 지금까지 민감국가 지정의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핵 무장론, 비상계엄, 지난해 7월 발생한 '수미 테리 사건'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공식적인 조치는 오는 4월 15일 발효된다. 한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정상 외교'가 공백인 상황에서 한 달 안에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외교가에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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