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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인간병기’ HID 요원들도 “이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계엄의 밤,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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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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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강원도 고성의 한 군부대. 박태호 상사(가명)는 저녁 식사를 거르고 방에서 짐을 쌌다. 운동복, 평상복 등 2주가량 입을 편한 옷을 챙겼다. 무기도 챙길까 하다가 지시가 없어서 그냥 뒀다. 국군정보사령부 100여단 소속 육상특수임무요원, 속칭 ‘HID 요원’ 박 상사는 이날 오후 6시 갑자기 100여단 본부로 들어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박 상사는 통상 출장 때처럼 정장 차림으로 오후 7시쯤 동료 HID 요원 두 명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여단 본부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로 향했다.

2주 단위 임무가 이렇게 갑자기 내려지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요원들은 차에서 별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들은 일단 지시가 내려지면 어떤 임무든 무조건 수행하도록 훈련받아 온 ‘인간병기’들이었다. 본부에 도착하니 대전에 있던 HID 요원 두 명이 박 상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집 장소인 100여단 본부 1층 대회의실에 다섯 명의 HID요원이 들어선 시각은 오후 9시30분쯤이었다. 이미 서른명 남짓의 다른 부대 요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과거 HID를 거쳐 갔던 공작원들이었다.

다시 한 10분쯤 지났을까,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문 전 사령관은 장내에 모인 요원들을 눈으로 쭉 훑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너네들이 해야 될 임무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를 우리가 밝혀내기 위해 선관위로 간다.”

 

 

 

그들은 왜 ‘암살 특화’ 인간 병기를 판교로 불렀나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구성한 뒤 그 안에 비공식 직제로 ‘제2수사단’을 따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합수부가 선관위 서버를 탈취·분석해 부정선거 증거를 찾아내는 동안, 제2수사단은 붙잡아 온 선관위 직원을 신문해 부정선거 자백을 받아낸다는 구상이었다.

박 상사는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했다. 제2수사단의 수사요원들은 대부분 수사와 무관한 정보사 특수요원들로 꾸려졌다. 정보사는 대외 작전을 주로 펼치는 군 정보기관으로 정보사 공작요원은 평시에 주로 해외에서 대북 정보를 수집한다. HID 요원은 국내 작전에는 아예 투입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북한의 주요 시설 파괴, 요인 암살이다.

그날 밤 100여단에서 구체적인 임무를 들은 다른 정보사 요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당시 지휘부의 작전은 날이 밝는 대로 선관위로 출동해 수사3부장직을 맡은 정성욱 당시 정보사 사업조정단장(대령)팀이 선관위 직원 30명가량을 체포하고, 수사2부장 김봉규 당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팀이 이들을 신문한다는 것이었다. 신문은 선관위 청사에서 1차로,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에서 2차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HID 요원들에게는 ‘실질적인’ 2수사단장, 퇴역 군인 노상원씨를 경호하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요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체포나 구속, 수사 등 임무를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시키는 것이 의아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HID 요원들은 다섯 명 모두 무술특기자, HID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탑’급 대원들이었다. “저희는 경호 등 방어와 관련된 임무는 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적인 임무만을 수행합니다.” 당시 대전에서 올라왔던 HID 요원 조성민(가명) 상사가 검사에게 말했다. 박 상사도 “그날 밤 지시를 듣고는 ‘경호시키려고 고성 인원을 굳이 부른 이유가 뭐냐’고 불평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정 단장은 노씨의 지시에 따라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드라이버, 니퍼, 송곳, 망치 등을 작전용으로 미리 구입해 놓았다. 당시 이들이 체포해야 하는 선관위 직원 중에는 여성도 있었다. 지난해 12월3일 밤 판교에는 이들을 전담하기 위한 정보사 소속 여군 요원 3명도 소집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군인들은 계엄이 끝나고 검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당시 체포 명단에 올랐던 선관위 여성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키면 하는’ 인간 병기도 “이건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김 전 단장팀(수사2부·신문조)과 정 전 단장팀(수사3부·체포조)이 따로 모여 요원별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달하던 때였다. “선관위의 부정선거 인원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셨는데, 팩트에 의해 진행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하는 것입니까.” 수사2부로 편성된 김태완(가명) 정보사 중령이 김 전 단장에게 “이걸 왜 해야 하느냐”며 물었다.

김 전 단장이 말을 더듬었다. “나도 위로부터 받은 지시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나도 당황스럽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부정선거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내용을 더듬어 끄집어냈다. “투표용지에 원래는 바코드가 찍혀있다가 최근 QR코드로 바뀌었는데, 선관위가 QR코드 정보를 이용해 선거조작을 했다고 들었다.”

그때 마침 밖에 나가 있던 문 전 정보사령관이 들어왔다. “우리가 민간인을 체포하고 확보하고 수용하는 게 가능합니까.” 이광제(가명) 정보사 중령이 이번엔 문 전 사령관에게 직접 물었다. 문 전 사령관은 좀 더 단호했다. “상부로부터 지시다. 계엄령이 선포됐기 때문에 제한 사항은 없다. 책임은 내가 진다.”

위층 다른 방에서 가상 체포 훈련을 하고 있던 수사3부 분위기도 비슷했다. 2인1조로 신발주머니 모양의 두건을 상대에게 씌우는 연습을 하는데 두건 크기가 너무 작았다. 과거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복면을 씌우고 포박하는 훈련을 하다가 부대원이 질식해 사망한 사례가 생각났다. 박준영(가명) 정보사 소령이 질문했다. “잘못하다가 민간인이 사망하는 거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정확히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정 전 단장은 “이 인원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들이며 우리는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요원들은 논의 끝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은 강제력을 행사하지 말자’고 결론지었다.

5명의 HID 요원들 역시 자정을 넘긴 시간 따로 숙소에 모여 논의했다. 선임 상사인 이용운(가명) 실장이 후배들을 불러놓고 “이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건 우리가 할 수 없으니 못한다고 말해야겠다”라고 했다. 박태호 상사 역시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아도 HID 부대원들은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HID 부대원들이 하는 임무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출석했던 당시 정보사 요원들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가 의결됐을 때 “안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염성훈(가명) 정보사 소령은 검찰에서 “국가를 위해 명령에 의문을 갖지 않고 절대 복종하는 것으로 훈련받아 왔는데 정작 국민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임무였기 때문에 실행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밤사이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문 전 사령관은 애초 2수사단 요원들의 출동 시각이었던 12월4일 오전 5시30분 요원들을 모아놓고 해산 지시를 내렸다. 문 전 사령관은 “우리 조직이 임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우리 스스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라면서도 “오늘 사안은 보안이다. 기억에서 지워라”고 말했다. 요원들은 각자 타고 온 차를 타고 판교 100여단을 차례로 빠져나갔다. 박 상사도 이 실장 등과 함께 고성으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이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근거로 아무런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정예 정보부대 요원들은 ‘국민을 해할 뻔했다’는 사실만으로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다.

염 소령은 “가담했던 인원들이 모든 일과를 전폐하고 공황상태”라며 “목숨 걸고 국가를 위해 사명을 완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부심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박 소령도 검찰 조사에서 “사령관들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조직을 움직였다는 것이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https://naver.me/5A3IJS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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