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자한 금액도 회수 다 못 해
기회비용 고려하면 이미 7천억 손실
국민연금, 사모펀드 출자 규정 강화 검토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MBK파트너스의 신규 펀드에 대한 출자 약정에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 회생신청에 따른 부실을 떠안게 된 국민연금 내부에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가점제를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선정 시 도입하거나 경영권 분쟁 관련 투자 금지 조항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연금, 홈플러스 회생신청 보름 전 MBK 투자 확정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1일 MBK파트너스가 신규로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 정관에 서명했다. 지난해 7월 출자 대상으로 확정한 뒤 7개월여를 끌다가 3000억 원 안팎의 돈을 주기로 결정한 것.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13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 내부에선 MBK파트너스 출자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기존 투자자에게 고려아연 공개매수 자금을 받아 투자하게 됐고, 국민연금 자금은 고려아연 인수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최종 출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의 돈을 받게 된 지 보름 만에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대규모 자금 손실을 입힐 수 있는 PEF의 새로운 펀드에 신규 자금을 집행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6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약속된 수익률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1조 원 넘게 받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회수액은 3000억 원 남짓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이 남은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7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 출자 규정 손보는 국민연금
PEF업계에서는 최근 MBK파트너스 사태로 국민연금의 출자 규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최근 주식·채권에만 적용해 온 책임투자 가점제를 PEF 위탁운용사 선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과 중심의 정량 평가 외에 수익 실현 과정에서의 질적 평가도 함께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또 경영권 분쟁 거래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일정 수의 PEF를 뽑아 출자하는 정기 출자 방식을 손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