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국립심장연구소 연구팀 "여성은 영향 없어"
결혼이 남성의 비만 위험을 세 배로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에게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도 포함돼 흥미롭다.
1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심장연구소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5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유럽비만학회(EASO)에서 발표한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50세 성인 2405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결혼한 남성은 미혼 남성보다 비만 위험이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남성은 미혼 남성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62% 더 높았다. 여성의 경우 결혼이 비만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결혼이 남성의 생활 습관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 참가자는 결혼 이후 체질량지수(BMI)가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연구팀은 칼로리 섭취량 증가와 신체 활동 감소 때문으로 분석했다. 같은 연구에서 결혼한 남성의 과체중 가능성은 5.2% 증가하고 비만 가능성은 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이도 체중 증가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남성은 나이가 한 살 많아질 때마다 과체중 위험이 3% 증가했으며 비만 위험이 4% 상승했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과체중 위험이 4%, 비만 위험이 6%씩 증가했다.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남녀 간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비만 위험이 두 배 증가했다.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여성도 비만 위험이 43% 높았다. 작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여성일수록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인들은 남성
의 비만 위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케서린 제너 비만건강연합 디렉터는 "체중 증가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 후 남성의 체중 증가 원인으로는 식사량 증가, 사회적 식사 증가, 신체 활동 감소 등이 있다"며 "반면 여성은 결혼 후에도 체중을 더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안나 시르다 배스대 경제학 강사는 가디언에 "미혼 남성은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혼 후에는 외모 관리 동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견해도 나온다. 짐 폴라드 남성건강포럼 컨선털트는 "결혼 후 남성의 체중 증가가 반드시 결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직장 스트레스, 장시간 근무, 불규칙한 식사 습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남성은 심장병과 암으로 조기 사망할 위험이 높으며 체중 증가는 이러한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남성과 여성의 비만을 각각 다르게 접근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