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양대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일제히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가 상시화한 가운데 커피 재배 농가까지 줄어들자 원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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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폭우와 가뭄 등으로 작황이 나빴다. 베트남 농가들이 커피 농사를 접고 두리안으로 재배 작물을 바꾼 것도 공급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중국에서 값비싼 두리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상 기후에 양대 원두 모두 최고가…커피값 또 오르나
편의점·스타벅스 등 줄줄이 인상…'커피플레이션' 심화 우려 커져
커피 원두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두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원두는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생산지가 일부 국가에 몰려 있다. 세계 1, 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이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로부스타 주산지인 베트남에서 커피 농가들이 원두 재배를 포기하고 수익성 좋은 두리안을 키우기 시작한 것도 원두 가격이 치솟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두 가격이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고 고환율까지 겹치자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편의점까지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커피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베트남 세계 원두 절반 생산
아라비카 원두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에선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가 겹치며 작황이 부진해 원두 생산량이 급감했다. 문제는 이상기후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토양 내 수분 부족으로 커피나무 재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브라질은 고급 원두커피 등에 주로 쓰이는 아라비카 원두 세계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 등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주산지인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가뭄, 폭우 등이 이어지자 생산량이 감소했다. 베트남 농가들이 재배가 까다로운 커피나무 대신 두리안 등으로 작물을 바꾸는 것도 공급량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베트남에서 두리안 재배는 커피에 비해 수익성이 다섯 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두리안이 ‘과일계 에르메스’로 불리며 광범위하게 소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두리안 수입국이자 소비국으로 세계 두리안의 80% 이상을 소비한다. 베트남산 두리안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 두리안 시장의 32.8%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시장 점유율이 9%포인트 상승했다. 베트남의 로부스타 커피 수출 물량은 지난해 1~8월 기준 88만5000t으로 1년 전에 비해 12.5% 감소했다.
브라질과 베트남은 세계 원두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커피 산지다. 미국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커피 생산의 39%, 베트남은 16%를 담당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기준 커피 생산량을 6월 전망치보다 120만 자루(60㎏ 기준) 감소한 1억6800만 자루로 추산했다. 베트남에서 수확량이 160만 자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올해 원두 수출량은 전년 대비 260만 자루 줄어든 4050만 자루로 예상했다.
원두 가격은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원두는 기후 변화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묘목을 심어도 생두를 수확하기까지 3~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