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자랑스러운 딸 되고 싶은데…" 세상 밖으로 못 나오는 청년들[싸우는 사람들]
11,495 21
2025.02.02 00:40
11,495 21

'탈고립·탈은둔'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은둔·고립 벗어나고픈 청년들…"'안전한 목적지' 늘어야"
고립에서 자립으로…'단계별 훈련'과 '맞춤형 일자리' 필요

 

 

"무너져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뭐 그런 걸로 그래?'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실패가 반복되면, 진짜 지쳐요."

 

일하던 카페에서 매니저로 승진한 지 3개월. 김혜인(가명·25)씨는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을 당했다. 자의와 타의 사이에 은둔과 고립이 시작됐다. 이후 작년 겨우내 방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고립·은둔 청년 쉼터 '두더집'에서 만난 혜인씨.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은둔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30분씩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늦게 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까…. 배신감과 회의감이 몰려왔어요.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고요."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인씨는 그날부터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혜인씨를 외롭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앓은 우울증이 심해졌다.

 

혜인씨는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 안에 머물렀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가 지속됐다.

 

고립·은둔 벗어나고 싶다 80%…'안전한 목적지' 늘어야

 

혜인씨와 같은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의 5%인 약 54만 명(2023년 발표 기준)으로 추산한다. 이중 '은둔 청년'은 24만 명.

 

'고립'은 위기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 자본이 부족·결핍된 상태를, '은둔'은 그중에서도 거주 공간에서 외출이 거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편견과 달리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 과도한 능력주의,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등에 의해 '고립과 은둔'으로 내몰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은 대체로 20대 청년기에 시작됐다.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문제로 인한 경우가 다수였다. 고립·은둔 청년 80.8%는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했고 탈고립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청년도 62.7%나 됐다.

 

'두더집'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씨즈' 이은애 이사장은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생활 동선 안에 작은 센터 여러개가 생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립·은둔 청년이 기존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외출할 수 있는 '안전한 목적지'가 필요한데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이, 대규모보다는 소규모가 접근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좋다.

 

이 이사장은 "공공이 만든 광역센터형 모델은 (일자리, 심리상담 등 전문기관에 연계해 주는) 허브가 되기보다 직접 사업을 하며 공급자 중심으로 관료화될 위험이 있다"며 "최소한 자치구마다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거점센터가 생긴다면 지역 내 일자리와 청년을 연결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립·은둔 청년들의 삶의 속도, 생각의 속도는 조금 느리다. 그 느림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의 지원을 강조했다.  

 

고립에서 자립으로…"맞춤형 일자리 필요"

 

고립청년 이승연(가명·30)씨의 새해 소원은 '자랑스러운 첫째 딸'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일을 구해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승연씨는 자신을 7년째 니트족(학생도 직장인도 아니면서 구직 활동을 위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쭉 백수로 지낸 것은 아니다. 허리가 아파 관두기 전까지 약 2년 동안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저보다 어린 주방장이 혼을 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꾹꾹 참아가면서 일했어요. 왜 빨리 일을 구하지 않냐고요? 무섭거든요. 무섭지 않은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국내 청년층(25~34세) '쉬었음' 인구는 42만 명. 이 중 '자발적 쉬었음'과 '비자발적 쉬었음'은 각각 28.2%, 71.8%로 나타났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이 반드시 고립·은둔 상태인 것은 아니지만, 고립·은둔 청년은 경제활동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성과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재고립 되기도 한다.

 

고립·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훈련과 맞춤형 일자리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애 이사장은 "고립 기간이 짧은 니트족은 정부의 취업 지원 정책을 통해 비교적 쉽게 자립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립·은둔이 장기화된 청년들은 직무 능력뿐 아니라 소통 능력도 미숙해 취업 후에도 문제가 줄줄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ADHD, 경계성지능장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친구들도 '은둔·고립'이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가진 청년들도 고려한 일자리 지원 정책 개발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986913?sid=102

목록 스크랩 (2)
댓글 21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통제불가 고자극 러브 스릴러❤️‍🔥 <컴패니언> 시사회 초대 이벤트 91 00:08 9,74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160,22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682,9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099,57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7,921,27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4 21.08.23 6,324,3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265,48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4 20.05.17 5,923,45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3 20.04.30 6,319,57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253,013
2654291 이슈 정병들 버튼 제대로 눌릴 것 같은 제니 타이틀 가사 17:31 143
2654290 이슈 쏘스뮤직에서 알려드립니다. 8 17:30 712
2654289 이슈 어제 혼자서도 씩씩하게 리무진 촬영하고 온 엔믹스 규진 3 17:30 234
2654288 기사/뉴스 의대생 복귀하면 3058명, 안 하면 5058명…사실상 '최후의 카드'(종합) 8 17:27 392
2654287 기사/뉴스 퇴사 통보 후 결근한 근로자들 1·2심 무죄…"직업이탈의 자유" 17:27 309
2654286 이슈 시그니엘 관리비 근황.jpg 30 17:26 2,223
2654285 이슈 현재 법조인들이 구속취소 관련으로 공통되게 하는 말 : 수십년간 구속기간을 일로만 계산하다가 이번에만 시간으로 바뀌게 됐다. '날'이라는 기준이 법조항에서도 전례에서도 존재하는데 피의자 윤석열에게 처음으로 유리하게 해석하게 됐다. 23 17:25 1,378
2654284 이슈 펌글) 20년차 여배우가 지금까지 영화 한 편도 안 찍었던 이유.jpg 7 17:24 1,891
2654283 이슈 오늘 6시 ‘윤 대통령 구속취소’ 관련 심우정 검찰총장 퇴근길 인터뷰 - [끝까지LIVE] 40 17:24 1,163
2654282 기사/뉴스 최상목 대행 측 "사법부 법과 원칙 따라 판단…존중" 41 17:23 842
2654281 이슈 영국 음악 평론 매체 NME가 리뷰한 제니 정규앨범 <Ruby> 10 17:23 717
2654280 유머 ㄹㅇ 🍣🍣 연어 홍보대사 된 엘링 홀란드ㅋㅋㅋㅋㅋㅋ 5 17:21 658
2654279 이슈 히틀러와 교황 비오12세 4 17:20 754
2654278 기사/뉴스 '사전투표 폐지론' 힘 싣는 조선, 과거와 이렇게 다르네 5 17:20 580
2654277 유머 자녀 없는 성인 남성의 하루 12 17:20 1,503
2654276 유머 툥바오가 집순이 루이를 외출시키는 방법 🐼💜 1 17:18 934
2654275 이슈 참각막 쩌는 의류 브랜드 마리떼 모델.jpgif 15 17:18 1,840
2654274 기사/뉴스 윤석열 '날벼락 석방' 어떻게 가능했나?…법원 기존 관례 뒤집고 새 해석 15 17:18 1,211
2654273 이슈 반응 크게 갈리고있다는 제니 새 무대의상.x 214 17:18 11,861
2654272 이슈 기숙사 단톡방 : 학생이 잘못했다 vs 사감이 심했다 70 17:16 1,83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