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방문 계획엔 “수영이라도 하라는 거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로 탑승자 67명 전원이 숨진 사고가 다양성 정책 때문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다음날인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애도의 말을 전한 뒤 “다양성이 곧 무능”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다양성을 고려한 채용 정책이 각 분야 전문성을 떨어뜨렸고 그 결과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이번 사고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몇 가지 강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의견들을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그 후 30분간 아무 근거 없이 연방항공청(FAA)의 다양성 정책이 항공교통관제사의 기준을 낮췄다고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위로의 분위기에서 애도의 말을 먼저 건넸던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변했다고 한다.
FAA는 사고 당시 관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도 헬기 조종사의 신원이나 인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로 조종사의 실수를 확신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을 거론하며 책임을 돌렸다. 비꼬듯 “저 사람 완전 위너(real winner)죠”라고 말한 뒤 “그는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무엇보다 ‘다양성’을 직접적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워싱턴이 애도 분위기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NYT는 비판했다.
신문은 “그의 발언은 현재 백악관이 연방정부 전반에 걸쳐 ‘깨어있음(Woke)’ 요소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근절하려는 캠페인의 연장선이었다”고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항공 시스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직 최고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우리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원한다. 그들의 외모가 어떻든, 말투가 어떻든 누구든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추락 사고가 다양성 채용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냐”는 ABC뉴스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전 정부와 달리)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항공 교통 관제사라면 가장 똑똑하고 가장 예리하고 심리적으로도 우수한 인재여야 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만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다양성 채용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나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백인들이 다양성 채용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비백인 채용으로 여행객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더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아주 많다. 항공교통관제사가 되고 싶었지만 피부색 때문에 거부당한 사람들”이라며 “이 정책(DEI)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숀 더피 신임 교통부 장관과 피트 헥세스 신임 국방부 장관을 연단으로 불렀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 대응을 극찬하며 “최고의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견 후 집무실로 옮긴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추락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단호하게 “방문 계획이 있다”면서도 “그 현장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기자에게 “당신이 말하는 사고 현장이 어디냐? 강물? 나더더러 수영이라도 하러 가란 말이냐”고 되물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