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여객기·헬기 충돌사고가 발생 이틀째에 접어들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16년만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민간 항공기 참사는 여객기와 군용 헬기 블랙호크가 같은 고도에서 비행하게 된 이유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블랙박스 1기가 포토맥강에서 회수됐다. 해독 후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고 블랙호크에는 야시경이 장착돼있었고, ‘상당히 숙련된 조종사’에 의해 훈련 비행중이었다. 미 육군 항공국에 따르면 사고 블랙호크의 지휘관으로 지정된 조종사는 1000시간, 다른 조종사는 50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다. 세번째 군인은 헬기 뒤편에 탑승하는 정비기장(crew chief)이었다. 블랙호크에는 남성대원 2명, 여성대원 1명이 탑승했다.
육군 항공국 관계자는 이들 조종사들이 포토맥강을 가로지르는 헬기 항로인 ‘루트 4’를 정기적으로 이들 조종사들이 정기적으로 비행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 루트를 오가는 헬기는 관제소와도 일상적으로 교신한다. 이 관계자는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루트 4’의 최고 고도는 61m(200ft)라고 언급했다.
사고 블랙호크가 어느 정도 고도로 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방송 NBC가 항공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충돌 시점의 여객기 고도는 94m(308ft)였다. 블랙호크가 통상적인 최고 고도보다 더 높이 비행했음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블랙호크와 여객기가 왜 같은 고도에서 비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면서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리핑 후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기자들에게 “비행기가 하강해 착륙하는 중이었는데, 헬기가 그 앞을 막았다”며 “그들은 (관제사들) 그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헬기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즉시 국방부와 육군 단위에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를 일으킨 헬기가 ‘정부 연속성 임무’ 차원에서 “일상적인 연례 야간 비행 재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블랙호크(시코르스키 UH-60)는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아에 주둔하고 있는 12 항공대대 소속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사고가 발생한 포트 벨보아에 대해 48시간 동안 비행중단을 명령했다.
사고가 발생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이 상당히 혼잡한 공항으로 꼽힌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공항은 착륙하려면 강을 따라 접근해야 하는 데다 주변에 정부·군사 시설이 밀집한 탓에 비행 통제구역이 많아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항공로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의 근무 인력 상황이 “시간과 교통량에 비해 정상이 아니었다”고 평가한 연방항공청(FAA)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공항 주변 헬기들을 담당했던 관제사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대한 지시 업무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는 보통 관제사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맡는 업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