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재원 마련” KT, 2조원 규모 호텔 내놓아
롯데·DL그룹도 유동성 마련하려 서울 도심 호텔 매물로
관광객 늘어나면 호텔 수익 ‘쑥’… 외국계 투자사 ‘군침’
서울 송파구에 있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가운데) 외관. /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제공
최근 사업 재편과 유동성 확보 등을 꾀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보유하고 있던 호텔 매물을 내놓고 있다. 호텔업 활황으로 올해 거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량 매물을 선점하려는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가장 주목받는 곳은 숨겨진 호텔업계 ‘큰손’ KT다. KT는 최근 삼정KPMG, 에비슨영, 컬리어스코리아, 부동산플래닛 컨소시엄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부동산 유동화에 나섰다. 이 중 호텔 자산의 가치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등 5성급 호텔과 신라스테이 역삼 등이다.
시장에선 입지·규모 등에서 경쟁력 있는 호텔을 내놓은 KT의 이런 행보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KT는 그간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앞세워 옛 전화국 부지 등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고급 호텔을 늘려왔다. KT에스테이트는 KT 전체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이익을 내 왔는데, 호텔 매출 비중이 2019년 7.4%에서 2024년 3분기에는 34.0%까지 늘어났다. KT는 부동산 매각 이유에 관해 현금을 확보해 인공지능(AI) 등에 투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DL그룹도 건설을 비롯한 주력 사업에 사용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세 곳이다. 이들 호텔의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던 롯데그룹도 호텔을 팔 계획을 세웠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기업설명회에서 호텔롯데의 유동성 우려 해소를 위해 호텔 브랜드 중 3~4성급 호텔에 속하는 L7과 시티호텔 가운데 일부를 매각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선 L7 명동점과 홍대점, 울산 롯데시티호텔 등을 유력한 매물 후보로 보고 있다.
이들 그룹이 앞다퉈 호텔을 매각하는 배경엔 역설적이게도 업황 호전이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호텔 몸값이 올랐을 때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전문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서울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85.5%로 최근 6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객실 평균 단가도 22만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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