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전광훈 등 서부지법 폭동 배후 수사
극우 인사들, '국민 저항권' 내세운 폭력 선동 논란
일부는 과거에도 폭력 선동으로 유죄 판결
"법치주의 훼손 행위"…법조계·시민사회 강력 처벌 요구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직전 '국민 저항권'을 언급하며 폭력을 사실상 정당화한 이들 중에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유사 논리를 들어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선동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폭동 사태 직접 가담자를 100여 명으로 보고, 아직 체포되지 않은 이들을 계속 추적하는 한편 폭도들을 선동한 배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법원 안팎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저항권 주장' 폭력 사태 배후 지목된 전광훈…"관련 없다" 선긋기
30일 CBS노컷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선동했다고 지목돼 경찰에 고발된 대표적인 인사는 전광훈씨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해당 사태와 관련해 전씨와 극우 유튜버들이 국민 저항권을 내세워 폭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실제로 전씨는 폭동 사태 전날이자 윤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일이었던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서부지법에 안 나타나시는 분은 전부 형사 처벌하겠다"며 사실상 집회 참가자들의 서부지법 집결을 촉구했다.
이후 서부지법 앞 집회에 합류해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만약에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 안 시킨다면 우리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모시고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전씨는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라며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라는 발언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서부지법 주변에서 대기하던 시위대는 경찰 저지를 뚫고 법원 건물 내로 침입해 집기를 닥치는 대로 부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경찰이 다치기도 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이번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배후 세력을 수사하면서 교사, 방조까지 같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씨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측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서부지법에 있었던 애국시민들은 부당함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며, 현장에 있던 몇백명 중 일부가 사랑제일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교회가 폭력을 유도한 것처럼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필요할 경우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동 사태와의 연관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극우 인사들, '국민저항권' 앞세운 폭력 선동 논란…과거에도 유죄
법원을 표적 삼은 충격적인 사태를 계기로 전씨뿐 아니라 '국민 저항권'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한 여러 인사들의 유사 행보도 논란거리로 재부각 되고 있다.
특히 구독자 52만여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정모씨도 폭동 하루 전 자신의 채널을 통해 "지금 서부지법 앞에서는 일종의 국가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며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 사이 충돌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재판을 맡은 차은경 판사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진짜로 국민 저항을 부르느냐 아니냐 판가름 난다"며 "저항권의 행사는 예외적으로 폭력적 수단도 허용한다"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나왔다. CBS노컷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모경종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에 반발해 벌어진 폭력 시위와 관련해 집회 주최자 2명과 경찰 버스 탈취자 1명을 비롯해 기자 폭행 혐의 2명, 공무집행방해 혐의 3명 등 총 8명을 구속 송치했다. 또 22명을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에 국민 저항권을 언급한 52만 유튜버 정씨는 당시 폭력 선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였다. 정씨는 해당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씨 등 탄핵 반대 집회 지휘부가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선동해 경찰과의 충돌을 유발하거나 격화시켰다고 봤다. 정씨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에도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비폭력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와 배치되는 발언도 했다. 집회 사회자였던 손모씨도 "헌법재판소를 박살내자"고 했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정씨가 '국민 저항권의 발동'을 언급한 것만으로 이를 직접적인 폭력 선동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사망으로 집회의 기조가 아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 여기서 공격하는 사람들은 공격하라', '버스를 당길 인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선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폭력을 선동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선동에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가려고 했지만 경찰 차벽에 막히자 쇠파이프로 경찰 버스 유리창을 깨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들을 향해 각목, 보도블록, 쇠파이프 등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법치 흔드는 폭력 선동, 강력 처벌 요구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법원 판단에 불복한 폭력을 '저항권'이라고 포장할 순 없으며, 그 같은 주장으로 시민들을 자극한 인사들에 대해선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최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가 저항권을 행사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법원과, 법관과, 재판을 부정하고 일시적인 재판 결과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난입·난동을 하는 그런 행위는 결코 저항권의 표출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선동자로 거론되는 전씨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창덕 이창민 변호사는 "전씨는 다수의 집회 참가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서 국민 저항권 행사의 일환으로 '쳐들어가자'는 취지의 선동 발언을 반복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등의 혐의로 유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국민 저항권은 불법적인 국가폭력에 대한 최후의 저항 수단이지만, 이번 폭동은 합법적 구제 절차가 가능한 상황에서 헌정 질서를 위협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라는 것은 물리력을 행사하라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고, 특수건조물침입, 공용물 손괴죄의 교사범 등으로 처벌 가능하다"며 "법원 난입과 같은 폭력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심각한 위법 행위로,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 시민단체들은 전씨를 고발하며 내란 선동 혐의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극우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한 내란 선동 혐의 고발장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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