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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런 사람이 가면 쓴 '내란 동조자'다

무명의 더쿠 | 01-29 | 조회 수 3808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윤석열의 난'으로 5100만 한국인 모두가 50일 넘게 계량하기 힘든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짜증 만발의 뉴스와 장면이 불러오는 정신적 고통이 물질적 고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숫자로 속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게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면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물질적 고통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최근 <연합뉴스>가 작년과 올해의 성장률 변동치를 비교해 추계해 봤더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3조 원 정도 날아갈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를 무려 22만5000대를 팔아야 메울 수 있는 액수라고 합니다. 윤석열은, 야당이 677조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 원을 삭감한 걸 '예산 폭거' 운운하며 비상계엄 실시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더하기 빼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바보짓을 벌였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본색 감춘 윤석열 옹호자 감별의 어려움

그의 뻘짓이 막대한 유형·무형의 손실을 불러왔는데도, 더구나 그가 구속기소까지 됐는데도 겉으론 아닌 척하며 윤석열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을 헤아리게 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면 그들의 정체를 쉽게 간파할 수 있을 테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속담까지 나왔겠습니까.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민주주의와 독재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독재자를 감별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일종의 '독재자 감별 리트머스 시험지'죠.

그들은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을 판별 기준으로 내놓고 이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독재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범위를 좁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누가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인지 감별하는 기준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내란 옹호자 감별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철저한 실행과 군인의 무능 비판하는 사람이 1급 의심자

첫째, '계엄을 하려면 프로답게 확실하게 했어야지, 아마추어처럼 서투르게 하니 되겠느냐'라며 계획과 실행의 불철저함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첫손에 꼽히는 의심 대상입니다. 대개 정부나 기업에서 고위직을 지낸 점잔 빼는 사람 중에 이런 부류가 많이 있습니다.

한 지인의 경험담입니다. 계엄 발표 며칠 뒤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지인을 만났더니 대뜸 "그렇게 중차대한 일을 그렇게 허술하게 할 수 있나. 실력이 형편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라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 '그러면 계엄 발령이 필요했다는 말이냐'라고 되묻자, 당황하며 말끝을 흐리며 얼버무리더라는 얘기입니다.

이들의 특성은 절대 위헌·위법의 무도한 내란 행위를 먼저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앞서 내란을 성공시키지 못한 무능을 탓합니다. 논점 이탈의 전형적인 내란 옹호 수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내심 계엄이 성공하길 바랐지만 실패해 못내 아쉬워하는 '위장 세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둘째, 내란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 군인의 무능을 탓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군인의 사명은 상부에서 명령하면 그게 옳든 그르든 따지지 말고 완수하는 것, 즉 까라면 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심지어 '장군이란 자들이 국회에 나와 술술 불고 눈물이나 짜는 걸 보니 못 봐주겠더라. 전쟁이 나면 이렇게 군기 빠진 군을 믿고 잘 수 있겠느냐, 제대로 싸움이나 할지 모르겠다'라고 게거품을 뭅니다.

이런 축에는 독재 정권 시절에 권위주의 문화에 찌든 군대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과는 아예 대거리도 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셋째, 야당 책임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입니다. 윤석열이 계엄을 실시한 것도 나쁘지만, 그보다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부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인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즉,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야당의 폭주를 참다 참다 못 견디고 일을 하려고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겁니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뒤집어 말하는 전형적인 허위 선동술입니다.

아마 시중에서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내란 옹호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은 운동 경기에 비유하자면, 승부 조작의 중범죄가 상대 팀 선수의 경기 중 반칙 행위 때문에 일어났다고 강변하는 꼴입니다. 그만큼 터무니없는 궤변입니다.

야당 책임론, 양비론, 내란 화제 회피론도 의심 대상

넷째, '윤석열 패거리나 이재명 패거리나 그놈이 그놈'이라며 정치 불신론 또는 양비론을 펴는 사람들입니다. 제 친척 중 90이 넘은 노인이 있습니다. 그분이 오랜만에 동생과 만난 차에 내란 사태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요즘 윤석열 때문에 화가 치밀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푸념했더니, 동생이 "언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누가 돼도 마찬가지야. 우리 생활에 도움이 안 되기는 다 똑같은 놈들이야"라고 위로하는 척하더라는 겁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 때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원인 중에도 경중이 있는데도, 그런 걸 따지길 외면하면서 양비론과 정치 불신론으로 상황을 호도하는 수법입니다. 서로 정치적 의견을 강요하기 어려운 친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다섯째, 모임이 있을 때 '계엄이나 내란'과 관련한 얘기는 화제에 올리지 말자고 미리 선을 긋고 나서는 사람들입니다. 평상시라면 논쟁적인 정치 문제로 모임의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우려하는 충정의 말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의 난은 논쟁적인 정치 화제와 차원이 전혀 다른 사건입니다. 한순간에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었던 일생일대의 대사건입니다. 어느 모임이 됐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오르는 게 너무 당연합니다.

이런 화제를 원천 봉쇄하려는 사람은 윤석열 비판론이 확산하는 걸 꺼리기 때문일 공산이 큽니다. 비판론을 봉쇄함으로써 소극적으로나마 내란범과 내란 행위를 옹호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합니다.

상대가 내란 지지인지 아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완화

네 가지 독재 판별 기준에 한 가지라도 걸리는 사람은 독재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레비츠키와 지블랫 교수의 말처럼, 제가 제시한 다섯 가지 기준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사람은 내란 동조자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손자는 병법에서 '적을 알고 나를 하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의 난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스트레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괴롭힐 겁니다. 그래도 내 주위에 숨어 있는 내란 옹호자를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다면, '내란 성 스트레스'의 강도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지지 않을까 합니다.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내란성 스트레스가 기승을 부리지 않는 세상이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오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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