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간 아내가 떨이만 사와요”…마감 때 몰리는 사람들, 내수불황 그림자
# 주부 박 모씨는 최근 저녁 8시 이후에만 마트를 찾는다. 당일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대폭 할인하는 ‘마감 할인’ 시간대가 이 때이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저녁 시간대에 가면 여유롭게 할인 상품을 담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사람이 많이 몰려 ‘득템’ 경쟁이 치열하다.
박씨는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인지 다들 마감 시간에 몰린다”면서 “마감 할인 때가 아니면 장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제품 가격을 정상가보다 대폭 낮추는 ‘마감 할인’ 때에만 사람이 몰리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심리가 한껏 위축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유통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마감 할인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올해는 내수 침체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돼 마감 할인의 ‘슬픈’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을 10% 정도 해서는 안 되고 30%는 넘게 깎아야 (고객이) 움직인다”면서 “마감 할인 때에만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슈퍼·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선 마감 할인 고객이 늘고 있다. 통상 마트에서는 주로 폐장 2~3시간 전에 마감 할인을 진행한다. 수산, 축산, 델리 등 신선도에 민감한 상품 가운데 신선도에 문제가 없지만 당일 판매가 원칙인 제품이 대상이다.
롯데마트는 마감 할인 제품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지점별로 재고에 따라 오후 6시부터 각 마트 영업 종료 시까지 세일을 진행한다. 제품에 할인 스티커가 붙는 오후 6시 이후에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6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시간대별 고객 수를 분석한 결과, 오후 6시 이후 고객 비중은 35%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이마트도 마감 할인 때 사람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오후 8시부터 마감 할인을 시작한다. 할인율은 최대 40%로 각 점포가 그날 재고 상황에 따라 시행한다.
이달(1~13일) 마감 할인이 진행된 오후 8~11시에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작년 한 해를 전체적으로 봐도 마감 할인 시간에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직전 연도(2023년)보다 4% 증가했다. 지난해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갈치·오징어 등 수산 식품, 삼겹살이나 닭꼬치 등 델리 구이류는 마감 할인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산물과 식음료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인상된 가격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할인을 기다려서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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