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호처 간부 “윤, 어제 경호처에 무력 사용 지시…간부급 집단 반발”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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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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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26212?sid=100
경호처 업무에 오래 몸담아온 현직 경호처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 만나 “윤 대통령이 김성훈 차장 이하 3급 이상 간부들을 관저로 불러 격려하는 취지의 오찬을 했다. 그 자리에서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무력 사용 검토’ 지침을 하달하자, 그간 ‘물리적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고 보고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물밑에서 설득해왔던 간부들 다수가 분통을 터뜨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까닭에 이날 아침 8시에 열린 김 차장과 부장(3급)·과장(4급)단 회의에서는 경호처 수뇌부를 상대로 중간 간부들의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부장급 간부들은 이 자리에서 김 차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동시에 “차장은 왜 경찰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나”, “직원들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냐”, “관저 근무 체제를 평시 체제로 복구해라” 등등의 규탄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4급 이상 간부들의 대다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섰고, 물리적 충돌까지 감수하자고 주장하는 강경파는 열명 이내로 보인다”며 “내부의 저항 의지가 없는 만큼 극소수 강경파가 화력을 사용하는 불상사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막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호처 간부들이 이처럼 돌아선 데엔 박 전 처장 사퇴 뒤 직무대리를 맡아 강경 방침을 고수하는 김 차장에게 조직의 명운을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전 처장은 물밑에서 외부 ‘조율’ 노력에 나서며 내부를 다독여왔다는 것이다. 앞서 10일 오전 10시 경찰 조사 출석 전 경호처 내부에 “인간 띠(스크럼) 방식으로도 영장 집행을 막지 말라”며 무저항·비폭력 원칙을 지시했다고 한다.
경호처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이 그간 직원들에게 ‘대통령 경호법’과 영장 집행의 적법성 등을 들어 사법부 판단을 들어보자고 했고, 법원이 윤 대통령 쪽의 체포영장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이후 경호처 내부에서도 때늦은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 전 처장이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했을 때가 사실상 직원들이 ‘정리’하고 나오기 좋은 기회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경호처는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한명의 지휘자(처장)만을 바라보는 ‘오케스트라’와 비슷해, 의견을 취합할 구심점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 차장이 강경 방침을 고수하자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한파 속에 국방부 장관 공관 등에서 숙식하며 때아닌 ‘야전 생활’을 하고 있는 현장 경호관들의 불만도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차장은 박 전 처장 사퇴 뒤 내부 여론에 귀 기울이는 대신, “①매스컴에 노출되게 순찰할 것 ②전술복 및 헬멧 등 복장 착용 ③실탄을 포함한 화기는 가방에 넣어 노출되지 않게 휴대할 것”(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지침을 세우며 내부 잡도리에 나섰다.
또, 앞서 11일엔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은 공무상 정당 행위인데, 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라는 내용으로 게시된 글을 삭제하라고도 지시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의 위법성을 검토한 에이(A)4 용지 3쪽 분량의 이 글은 곧 삭제됐다. 그러나 삭제 과정에서 게시글 작성자의 부서장이 삭제 지시를 거부하고, 또다른 유관 부서의 부서장도 지시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김 차장은 전산 담당 직원을 시켜 한 시간 만에 게시글을 삭제했으나 내부 반발이 잇따르자 12일 원상복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간부들이 거기서부터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마치 불온서적을 돌려보듯 글을 서로 공유했고, 현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야당이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의 경호처장을 맡게 되면서 승승장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이자 정권 실세인 김 전 장관이 ‘좌파 경호원’ 등의 표현으로 경호처 내부를 ‘갈라치기’ 하고, 기획관리실장을 맡은 김 차장이 김건희 여사 등과 직접 소통해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이아이피(VIP)와 너무 가까워져도 문제가 생기고, 너무 멀리 있어도 문제가 생기니 항상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촉수 거리의 원칙’이 깨졌다는 게 경호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경호처가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은 ‘생각하는 그림자’라고 말할 정도로 조직에 복종과 보안을 강조하는 문화 탓도 있겠으나 ‘김용현 체제’의 영향이 가장 컸다. 지금 경호처 내부에서는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의 경찰 소환(체포)만 이뤄진다면 합리적인 인사들이 문을 열고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경호관은 날아오는 총알을 우선적으로 몸으로 맞는 사람들이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제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릴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