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국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내부 자료들을 폐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군이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드론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가능한 문서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최근 모든 컴퓨터를 포맷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드론사는 국군의 드론과 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국방부 직할부대다. 101드론대대는 김포와 백령도 지역의 드론 작전을 총괄한다. 드론교육연구센터는 드론 전문인력 양성과 드론 전술 개발 등을 위해 드론사 산하에 설치한 교육기관이다.
이후 북한은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지역을 관할하는 드론 부대는 101드론대대다. 따라서 101드론대대의 대규모 문서 파기가 사실이라면 평양 무인기 사건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합동참모본부와 드론사는 관련 사실 일체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근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군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사 등의 문서 폐기 정황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외환죄 혐의 관련 증거 은폐 의혹과도 연결된다. 지난 10일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60여쪽 분량 수첩에서는 ‘NLL(북방한계선)에서 군사 북한공격유도’ ‘오물풍선’ 등 북한도발 유도설 관련 내용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야권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무인기 투입을 직접 지시해 ‘북풍공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부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을 통해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군 내부 증언을 공개했다. 야당은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를 추가한 ‘내란 특검법안’을 새로 발의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국면이 정리되면 드론사 등 군을 상대로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로부터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군은 증거 인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드론사 관계자는 “문서 세절은 일상적으로 사무실에서 하는 수준일 뿐 대규모 자료 파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컴퓨터 포맷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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