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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인터뷰] 채수빈, '지거전' 찍다 찾아온 슬럼프 극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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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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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채수빈(본명 배수빈, 30)이 MBC 금토극 '지금 거신 전화는'을 완주하며 울고 웃었다. 초반엔 연기력 논란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후반엔 유연석의 지지 속 희주 편인 시청자들을 만들며 드라마 팬층을 넓혀 나갔다. 작품을 하는 동시에 슬럼프를 겪은 것 같다는 그는 주변의 격려 속 자신감을 얻어 위기를 이겨냈다. 이에 힘입어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상, 베스트 커플상 2관왕을 차지했다. 

2013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로 데뷔, 올해로 데뷔 11주년을 맞은 채수빈은 드라마 '파랑새의 집'(2015)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고 '발칙하게 고고' '구르미 그린 달빛'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로봇이 아니야' '여우각시별' '더 패뷸러스'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다졌다. 그리고 20대를 넘어 30대를 맞았다. "배우로서 흔들림 없이 작품을 잘해 나가는 게 진짜 큰 목표인 것 같다"라고 밝힌 채수빈의 눈빛은 열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종영 소감은.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사주 커플(백사언·홍희주)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다." 


-엔딩에 대한 만족감은.


"촬영할 때 많은 의견을 나눴다. 12부작 짧은 회차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다 보니 그런 고민을 치열하게 나눴던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건 시청자분들이 느끼는 감정인 것이니 존중한다. 다만 참여한 배우로서 열심히 고민해서 찍었었다고 말하고 싶다." 

-희주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집중한 포인트는.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 아닌가.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해 자기가 선택한 게 단 하나도 없는, 꿈조차도 없는 인물이다. 그런 수동적인 인생을 살았는데도 내면에 당찬 모습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연기하고자 했다. 극 안에서 수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서툴러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뉴스 통역사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실제 MBC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실제 보기도 하고 그랬다. 수어라는 언어도 모두에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 폰트로 말하지 않나. 대사로 감정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게 내가 생각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선택적 함묵증을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린아이들이 선택적 함묵증에 걸리는 경우는 알고 있었는데 성인 중엔 많지 않다고 하더라. 희주가 살아온 삶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해가 됐다. 생소하지만 희주에겐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눈빛, 표정으로만 표현해야 하니 그 지점이 제일 어려웠다. 배우가 대사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손발이 묶인 느낌이라는 걸 처음 느껴봤다. 그래서 스스로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화면으로만 봐도 어려움이 느껴졌다. 

"말하지 못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다. 어떤 소통에선 수어, 어떤 공간에선 휴대전화 폰트로 한다. 답답함을 느껴 제일 힘들었고 그 외에도 수어를 배울 때 내가 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술술 나오게 연습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다 연습해놨는데 국제 수어라고 하면 다시 새로 배워야 했다. 말이 새로 배우는 것이지 앞에 대사랑 같이 있으니 자꾸만 꼬였다. 촬영 전에 마스터를 하고 싶었는데 촬영 중간 문제가 생기니 힘들더라. 그럼에도 다 끝내고 나니 뿌듯함이 생긴다. 제일 좋았던 건 수어라는 소외된 언어를 배워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뿌듯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을 얘기할 때 '어려움'이란 단어를 제일 많이 꺼낸 것 같다. 

"사실 격려의 말보다 아쉬움이 많았다. 스스로한테 실망한 부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20대 때에는 그냥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고 행복했다. 작품 안에서 이 인물로 살아가는 게 신이 나고 그랬는데 이번엔 너무 힘들더라. 너무 아팠다. 자존감도 떨어졌다.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의심하게 됐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고 주위에 조언을 구했는데 '아프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아닐 수 있어. 당연한 거야!' 그러더라. 30대가 되면서 연기를 바라보는 시점이 조금 더 치열해진 것 같다. 그래서 내겐 '지금 거신 전화는'이 삶의 변환점이 된 작품인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슬럼프를 경험했다. 진짜 잘하고 싶었고 어렵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인물을 그리지 못한 것에 대한 힘듦이 컸다. 이걸 놓지 말고 잘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촬영 현장이라는 게 내 맘처럼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능숙하게 기술적으로 현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한계를 느낀 것 같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스스로에게 '그래 잘 버텼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초반 불거진 연기력 논란에 속상했겠다. 

"매일 울며 잠들었다. 너무 속상하더라. 외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건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닌데 연기적으로 얘기했을 때는 다르더라. 안 보게 되지 않더라. 아무래도 내가 실제 방송을 봐도 아쉬운 지점이 있으니 더 속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며칠은 아예 못 자고 촬영 나갔다. 현장에서 (유)연석 오빠가 '뒤로 갈수록 희주 편들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해 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외에도 주변에 '잘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라고 얘길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끝까지 놓으면 안 돼.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위안이 됐나. 

"별개의 감정으로 감사한 것 같다. 희주와 사언의 이야기가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해외 반응도 살펴봤는데 외국 분들이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예쁘게 봐주고, 인스타그램에서 12부를 단체 관람한 걸 보니 사언이랑 희주가 만난 장면을 볼 때 많은 여성분이 월드컵 보듯 소리를 지르더라. 많은 분이 희주 마음이 되어 사언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껴 신기했다." 

-웹소설이 원작이라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도 많았다.


"내 마음에 제일 와닿은 건 '희주는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란 대사다. 그걸 듣는데 희주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위로라는 걸 받아보고 인정이라는 걸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외에 낯간지럽지만, 사랑스러운 대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보내준 게 아닌가 싶다. 대본을 봤을 때는 이 대사를 어떻게 해 그러다가도 촬영 현장에 가서 호흡 맞춰보면 낯간지럽지 않았다." 


-유연석과 진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진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은 건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둘이 진짜 만났으면 좋겠다', '실제였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한 적은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그런 상상을 하고 응원해 주는 것 자체가 사랑받는다는 증거니까 감사한 것 같다."


-'유대장'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진짜 많은 도움을 줬다. 촬영하면서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대장님처럼 이끌어줬다. 나만 느꼈던 감정은 아니다. 힘든 신을 찍을 때 대장님처럼 '정리해 봅시다' 그러고, 연기할 때도 '이런 지점에서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라거나 좋은 얘기들을 아낌없이 해줬다.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현장이 힘들어지지 않게 잘 끌어줬다. 배울 점이 많은 배우다. 사언이를 너무 멋지게 그려내 줘서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로서도 정말 많이 의지했다." 


-극 중 애정신이 많았다. 

"촬영할 때 진짜 치열하게 찍었다. 액션신처럼 어떤 레퍼런스로 찍을지 그 장면이 어떤 식으로 예쁘게 담을지 다들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장면일수록 예쁘게 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희주와 사언이의 예쁜 마음이 느껴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촬영했는데 정작 못 보겠더라. 내가 나를 보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작품에서 유연석의 강아지와도 호흡을 맞췄다. 

"너무 잘하고 잘 따르더라. 유치원을 다니는 강아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교육이 잘 되어 있더라. 정말 수월하게 촬영했다. 진짜 착하다. 세트 촬영할 때 리타가 거의 매번 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예뻐 보이더라. 우리 마타(애완견)를 데려와서 로망을 실현해 보자 했다가 큰코다쳤다. 애도 예민해지고 나도 예민해지더라." 

-중간에 의도치 않은 수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수어라는 예쁜 언어를 배우게 됐다. 그러다 보니 수상 소감을 하게 될 때 수어로 뭔가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게 한마디 덧붙여서 했다. 드라마 중간에 논란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통에 관련된 드라마인데 조금 더 세밀하게 바라봐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걸 못한 것이니 마음이 무거웠다. 의도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쉬고 있어서 조카도 보러 자주 가고 집에서 개, 고양이 친구들 보고, 그간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있다." 

-조카가 '지금 거신 전화는'을 통해 데뷔했다. 

"대본이 나와서 봤다. 보육원 아이가 우는데 희주가 달래주려고 노래를 부른다는 짧은 장면이 등장했다. 감독님한테 아기가 캐스팅됐냐고 물었는데 안 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카 사진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했다. 그렇게 데뷔한 것이다. 지금은 막 돌이 된 아이인데 촬영할 때는 8개월 정도 됐을 때다. 엄마, 언니, 형부가 좋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처음에 울어야 하는 신이었는데, 진짜로 내가 안으면 낯설어서 운다. 울어서 바로 OK가 됐다. 이후 할머니한테 안겨서 잠이 들었다. 한 번 잠들면 잘 안 깨니까 내가 안고 노래하니 촬영이 수월하게 끝났다." 

-'조카 바보' 같다. 

"사실 아기보다 동물을 더 좋아했다. 지금도 동물을 너무 사랑하지만 아이가 주는 순수함엔 진짜 다른 게 있더라."


-'지금 거신 전화는' 같은 도전의 기회가 다시 온다면 할 것인가. 

"주저 없이 어려운 것도 도전할 것 같다. 힘든 과정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다시 선택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겁이 많지만 그래도 부딪쳐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연기라는 게 마냥 쉬운 역할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 어려웠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연기의 변환점이 된 작품이 있다면.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2017)이란 작품을 했을 때 많은 걸 느꼈고 그 작품이 연기 인생에서 큰 변환점이었던 것 같다. 이번이 두 번째 변환점이란 생각이 든다. 20대 때는 마냥 행복하고 이 인물, 이 역할로 사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금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내 행복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안 뒤 더 신중해지더라." 

-요즘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서른 딱 되자마자 친한 친구들이 다 시집을 갔다. 친언니도 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모두가 떠나고 나만 남으면 어쩌지 그러다가 언니가 시집가고 새 식구가 생기고 친구들 곁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생긴 것이니 이 변화를 잘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는 내 가족을 꾸릴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연기자로서 좋은 연기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게 제일 큰 것 같다."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동물 쪽 관련된 무언가를 했을 것 같다. 동물과 소통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하니 동물들, 아기들과 촬영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 그럼에도 작품 안에서 동물과 소통하는 그런 역할을 맡게 된다면 열심히 할 것이다. 진심으로 소통할 자신이 있다." 

-올해 계획은. 

"작년에 촬영한 영화('전지적 독자 시점')가 올해 개봉을 할 것 같다. 그걸로 인사를 드릴 것 같고 다른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쉬는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한다. 날 잘 다독이고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날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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