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리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돌아왔다. 올해 들어서는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반도체, 방산, 조선주를 중심으로 매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낙폭이 컸던 업종별 대장주들도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2~9일)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조2649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2조3244억원어치 팔아치웠는데, 이번 달에는 매수세로 돌아섰다. 반면 이달 개인 투자자는 1조329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쏟아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주다. 1위는 SK하이닉스로 8137억원 주워 담았다. 2위는 대장주 삼성전자로 3485억원 사들였다. 그간 실적 악화 전망에 따른 우려가 선반영됐는데, 과매도 구간에 접어들며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8일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3.43%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이 11월보다 나아진 점이 긍정적"이라며 "미국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도 반등했고 신규 주문과 재고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IT 산업에 큰 모멘텀을 가져오는 'CES 2025'도 낙관심리를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수혜주로 구분되는 방산주와 조선주도 나란히 3, 4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91억원), 한화오션(1143억원) 순이다. 방산주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조선주의 경우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협력 업종으로 조선을 언급한 바 있어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업종별 대장주들이 외국인의 선택을 받았다. 5위에는 기아(796억원)가 올랐다. 기아는 지난해 6월 19일 장 중 52주 최고가인 13만5000원을 찍은 뒤 지속 내림세를 보였다. 내수 경기 침체와 트럼프 관세 우려 등이 악재였다. 다만 단기간 큰 폭으로 주가가 내리면서 저가 매수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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