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24년 만에 무죄 김신혜씨 변호하며 벅찬 감동 느꼈다"
2,889 16
2025.01.11 01:36
2,889 16
SxkwBc

친부에게 수면제 탄 술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씨가 사건 발생 24년10개월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김씨의 재심 변호를 맡아 무죄를 끌어낸 인물은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2017년 개봉한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변호사의 실제 주인공으로, 완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 8차사건 등 누명을 쓰고 복역한 사법 피해자들을 구제해왔다.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김신혜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만세를 외쳐 눈길을 끌었던 윤성여·장동익씨 역시 박 변호사가 재심 변호를 맡았던 사법 피해자들이다. 두 사람은 박 변호사가 설립한 '등대장학회'의 이사와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힘든 사건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임했습니다. 그 오랜 기간 진실과 정의, 인권을 말하면서 사투를 벌인 한 여성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장기간 복역으로 지친 김씨가 반복적으로 변호사 선임을 취소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죄를 이끌어낸 그는 "이번 사건을 잘 해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이 곧 희망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곧 희망'이라는 메시지는 등대장학회 취지와도 연결된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김신혜씨 재심 사건에서도 수사기관의 문제가 드러났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이 사건 재심 사유 자체에 압수수색의 위법이 있었다. 현장검증 과정에서 범행 재연을 강요하기도 했다. 공개된 현장검증 장소에서도 피고인을 강압적으로 제압하고 그들의 의도대로 재연하게 했는데, 공개되지 않은 경찰서 내에서의 수사과정이 인권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자백 강요 과정에서 (경찰이) 머리채를 잡아서 끌고 다녔다는 주장도 했는데, 당시 접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카락이 뽑혀 있는 것을 목격했던 이들의 진술이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대로 경찰의 폭행·강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 수사의 문제점들이 수사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부분이 꽤 있었는데,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지적되거나 바로잡히지 않았다. 경찰 수사의 토대 위에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몰아가면서 수사가 진행됐던 것 같다."


- 2015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재판이 길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재심 개시 결정 이후 검찰의 항고로 3년이 흘러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받으려 했던 시도가 무산되기도 했다. 참여재판법 시행(2008년)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들 때 재심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씨의) 재판 불출석과 변호인 해임 등의 과정으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사실 이 사건이 굉장히 어려워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들여야 하는데, 김신혜씨 입장에서 봤을 때 변호인의 조력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다. 저도 11번 해임당했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좋게 평가해주시는데, 2014년에 사건을 맡은 후 재심을 받아내기까지 함께했지만 해임되고 저도 한동안 (사건을) 외면했었다. 그리고 2022년부터 다시 재판에 관여했다. 스스로도 10년 전에 썼던 서류를 보면 치밀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있다.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많이 부족했다. 과거의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다."


-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이번 무죄 판결이 더욱 뜻깊을 것 같다.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진실과 정의,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그 오랜 기간 사투를 벌인 한 여성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이 보여주는 어떤 힘이 분명히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억울함도 견디기 힘든데,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수감되면 어떻겠나. 그 고통의 시간이 25년 가까이 되는데 그동안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하며 버텼다. 그 자체가 존엄한 것 아닌가. 정말 많이 배웠다. 이 여성의 사투, 존엄과 정의를 위한 투쟁의 의미에 많이 관심가져 주시고 공감해주셨으면 한다."


- 김신혜씨 출소일에 윤성여·장동익씨가 함께한 것이 인상 깊었다. "예전에 고 정원섭 목사님께서 저희 재심 사건에 관심을 가지시고 법정에 찾아오시고, 선고 때에도 오셔서 만세를 외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모티브가 된 춘천 강간 살인사건으로 15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으신 분인데 2021년에 돌아가셨다. 정 목사님께서 해주신 것을 이어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가고 싶다고 하셔서 새벽에 모시고 갔다.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 두 사람은 박 변호사가 설립한 등대장학회에도 함께하고 있는데 등대장학회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억울하게 옥살이하셨던 분들이 국가 배상금으로 출연재산을 모아주셨다. 사법 피해자분들이 저에게 주시려던 돈으로 좋은 단체를 만들자고 의견을 냈다. 피해자분들과 그분들을 도왔던 시사프로그램 PD, 작가, 기자분들이 힘을 모았다. 현재까지 38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누구의 단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 처음에는 감사로 참여했는데, 이름을 걸고 책임감 있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지난 7월부터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야 후원에도 힘이 붙는다. 후원자 수가 지난해 6월 120명가량이었는데 지금은 370명으로 많이 늘었다. 사실 재원 문제로 지원신청을 거절하지 않으려면 후원자가 1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제가 좋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것이 후원 받는 데 힘이 되더라.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 재심 사건, 장학재단 같은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은 뭔가. "처음에 어떤 소명이나 사명감으로 재심 전문 변호사를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해 재심을 맡았고, 성과를 내고 싶었다. 어쨌든 저도 주류 법조인이 아니다 보니 '알려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시작했던 일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힘든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자주 보는 것은 굉장한 자극이 된다. 유명세를 얻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을 채우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공적인 일을 고민하게 됐다. 법조계가 갈등의 중심이 되고 비판받는 상황에서 부족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는 것 같다."


- 장학회의 궁극적 목표가 궁금하다. "우리가 모든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다 도울 수는 없겠지만, 가난 때문에 희망을 잃는 일을 줄이고 싶다. 김중식의 시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를 닮아 있거나 내가 닮아 있는 힘 약한 사물을 나는 사랑한다'. 아이들이 가난이라는 질곡을 잘 이겨내 안정된 시기가 오면, 나중에 자신과 비슷한 궤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게 건강한 사회의 좋은 토대와 바탕이 되고, 사회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와 같은 단체들이 앞으로 더 생겨나고, 이런 단체에 대한 관심도 많이 커졌으면 한다."


https://naver.me/GALJUWjv

목록 스크랩 (1)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쁘아X더쿠] ✨브로우 맛집 신상✨ NEW 더브로우 컬러 픽싱 카라 페이크 블리치 체험 이벤트 256 01.09 30,94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81,35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85,60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71,55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839,09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93,35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752,29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6 20.05.17 5,348,09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802,03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632,41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8577 기사/뉴스 “레츠고 SKY”…고3 학생 ‘女교사 도촬’ 팀플→리스트엔 ‘바를 정’ 28 04:27 2,769
328576 기사/뉴스 인천공항공사가 청소 일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려 한다. 회사가 청소노동자를 소중하게 생각해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려 하는 것일까? 7 04:02 3,196
328575 기사/뉴스 치매걸린 70대 아내 4년간 간호하다가 살해한 80대…징역 3년 확정 25 03:06 4,589
328574 기사/뉴스 설연휴 앞두고 "무더기 줄취소"…韓 발길 끊긴 '이곳' 비명 터졌다 15 02:57 8,369
328573 기사/뉴스 한국, 젊은 대장암 세계 1위…술 끊고 ‘이것’ 마셔야 8 02:50 5,094
328572 기사/뉴스 "사고 공식명칭은 '무안공항' 아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토부 36 02:29 3,391
328571 기사/뉴스 SM 30주년 공연 하루 앞두고…바다 "팬 없었다면 KPOP도 없겠죠" 1 02:25 2,079
328570 기사/뉴스 "무안공항 넣어달라"…제주도, '여객기 참사' 명칭 수정 요청 왜 273 01:42 32,128
» 기사/뉴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24년 만에 무죄 김신혜씨 변호하며 벅찬 감동 느꼈다" 16 01:36 2,889
328568 기사/뉴스 김웅 "백골단? 망해 가는 당 죽으라는 것…김민전, 그냥 잠만 자면 좋겠다" 25 01:32 5,456
328567 기사/뉴스 "제일 먼저 도망간 경호처장? 이제 각자도생"... 빨라진 윤 체포 시계 8 01:23 3,805
328566 기사/뉴스 조아람, 부추김치→더덕구이 반찬 5개 손수 뚝딱 “00년생 살림꾼”(나혼산) 31 01:05 5,100
328565 기사/뉴스 강경대 열사 아버지 “윤석열 체포돼야 백골단 설치지 않아” 7 01:02 1,546
328564 기사/뉴스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2 00:59 1,812
328563 기사/뉴스 미성년자 포함 100명과 성매매…'너의 이름은' PD, 6년 구형 33 00:56 4,516
328562 기사/뉴스 "유자차 건더기, 먹어도 될까요?" 43 00:53 8,234
328561 기사/뉴스 "유튜브 보면서 밥 먹는 게 낙인데"…점점 뚱뚱해지는 사람들, 왜? 5 00:49 3,882
328560 기사/뉴스 美 산불에 박찬호 LA 자택 불에 싹 타…가족 긴급 대피.. 14 00:43 5,399
328559 기사/뉴스 “무시해서 화나”... 日대학서 韓여학생이 둔기 휘둘러 8명 부상 42 00:40 4,088
328558 기사/뉴스 국세청, CJ 이재현 260억대 미신고 해외 계좌 세무조사 7 00:32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