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무인 창고에서 현금 수십억 원을 훔친 40대 창고 관리인이 첫 재판에서 "비밀번호를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9일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심 모 씨(45)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심 씨의 변호인은 "창고에서 캐리어에 든 현금을 절취한 건 인정한다"며 "다만 절취 금액은 공소사실과 달리 약 42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심 씨 측은 현금을 훔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방실침입절도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심 씨가 회사 직원으로서 창고 비밀번호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심 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심 씨가 불상의 경위로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고 기소했지만 비밀번호는 회사 직원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며 "비밀번호를 이용해서 들어간 만큼 공소사실과 달리 방실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피해금 주인인 여 모 씨에 대해서 증인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여 씨가 해외에 체류 중인 관계로 불발됐다. 경찰은 피해 현금이 범죄수익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자인 여 씨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 씨의 변호인은 '왜 아직도 입국하지 않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작년에 주식 리딩방 사기로 재판을 받았었다"며 "물론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여 씨가 입국할 계획이 없는지 재차 묻자 변호인은 "출석이 필요하다면 입국을 권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 씨는 현재 대부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 씨 측 변호인은 뉴스1에 "업계 특성상 현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범죄 수익금과 관련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심 씨는 무인 창고 중간 관리자로 근무하던 지난해 9월 12일 오후 7시4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1분까지 창고 내 보관된 현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심 씨는 현금을 빼낸 뒤 가방 안에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를 넣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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