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여보, 해 넘기기 전(前) 스크린도어 다 설치됐어… 이제 편히 쉬어"
9,079 40
2025.01.08 18:13
9,079 40
6년 전 지하철역서 아내 잃은 윤병소 경감… 사고현장 다시 찾아

사고 후 소송·탄원서 내며 스크린도어 세우기 앞장

모든 역에 설치 나선 서울시… 오늘 정식으로 마무리… "헛된 죽음 아니었어요…"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당고개 방면으로 운행하는 지하철 승강장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열 칸짜리 지하철이 멈춰 서자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동시에 열렸다. 쏟아져 나오는 승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내가 나직이 혼잣말했다.


"여보, 당신도 알고 있지? 서울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다 설치됐다고 하네. 잘됐지?"


2009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265개역(코레일 제외)의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가 정식으로 마무리된다. 마포경찰서 생활안전계장인 윤병소(54) 경감은 이날 한 시간 가까이 승강장에 머물며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가 선 자리는 단순한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었다. 2남1녀를 키우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부인이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곳이다.


2003년 6월 26일 오전 10시 7분, 윤 경감의 부인 안상란(당시 42세)씨는 회현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부인복 매장을 꾸리던 안씨는 밤샘 장사를 마치고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원단을 끊으러 가던 길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전동차가 역 구내로 들어오는 순간, 정신질환자인 노숙자 이모(55·수감 중)씨가 안씨를 뒤에서 거칠게 밀었다. 떼밀린 안씨가 선로 위로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차가 안씨를 덮쳤다.


윤 경감은 당시 종로3가역 지하철경찰대의 형사반장이었다. 야간 당직근무를 선 윤 경감은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 일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로 비보(悲報)를 들었다. "아내가 사고를 당했으니 남대문경찰서로 오라고. 자세한 건 서(署)에 오면 얘기해 주겠다고…." 믿을 수 없었다.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았다. 부인의 주검을 본 사내는 실성한 듯 울부짖었다.



먼저 저세상으로 떠난 아내를 위해 경찰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었습니다."


재판 끝에 안씨를 숨지게 한 노숙자 이모씨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윤 경감은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2년 반을 기다린 끝에 2005년 12월 서울메트로가 2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추락방지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승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윤 경감이 충남 보령경찰서 웅천지구대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10월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 처음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가동을 시작했다.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윤 경감은 "하늘에 있는 아내가 내려준 선물"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다른 지하철역에서도 스크린도어 공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7월에는 "올해 안에 1~8호선 265개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왔다. 윤 경감은 그 소식이 알려진 7월 9일 신문기사를 오려 가슴에 품고 부인이 잠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 "여보, 신문 봤어? 당신은 고통스럽게 갔지만, 그게 아주 헛된 일은 아니었나 봐."


윤 경감은 충남 서천군의 선영에 부인을 추모하는 작은 비석 하나를 세울 계획이다. 새겨 넣을 추모의 글은 미리 써 두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준비 없는 헤어짐. 슬픔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소.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만남. 당신이 떠났지만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땅도 꺼지지 않았소. 다만 내 마음만 무너져 내렸소."


바삐 타고 내리는 승객들 사이에서 부인이 숨진 자리를 바라보던 윤 경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덕우 엄마, 이젠 편히 쉬어. 애들 걱정 그만하고…."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30/2009123001614.html

목록 스크랩 (0)
댓글 4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누구와 팀이 될지 신중할 것! 마블의 문제적 팀업 <썬더볼츠*> IMAX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269 00:13 14,71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16,78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28,68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597,49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13,42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692,10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19,06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55,23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59,89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687,90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89830 이슈 챗지피티야 우리 애가 20살 됐을 때 모습을 보여줘 1 22:20 251
2689829 이슈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OST 전곡 미리 듣기 | 임영웅, 이무진, Sam Ock, 소수빈, 제휘, 옥상달빛, hwyl, 아이브 리즈, 4BOUT 22:19 26
2689828 기사/뉴스 KBS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 국회 재표결 통과 22:18 227
2689827 이슈 한 지붕 두 가족 생활.jpg 5 22:18 669
2689826 이슈 2006월드컵 당시 성장호르몬주사를 투여했다는 주치의.jpg 6 22:17 810
2689825 이슈 동성 친구랑 어디까지 가능? 4 22:17 318
2689824 이슈 비엘과 지엘의 차이 2 22:16 510
2689823 이슈 오늘 첫방송 하는 tvN 드라마 (10시 40분 시작!!!) 22:15 930
2689822 이슈 은퇴 김연경 선수 인스타에 글 업데이트 2 22:15 804
2689821 유머 사진 찍는 기린들 22:15 161
2689820 기사/뉴스 [단독] “24시간 일 시켜도 불평없어”…카카오, 코딩 등 AI로 대체할 업무 신입 안 뽑는다 11 22:15 767
2689819 이슈 스타쉽 나가고 하고싶은거 다하는 정세운 3 22:15 454
2689818 유머 가게 한곳에 잘되면 연결되있는 다른 업체들도 잘 살게되는 선의의 순환 1 22:15 446
2689817 이슈 한국과 일본 두 나라 팬덤의 사랑을 야무지게 받은 모닝구무스메 노래. 11 22:14 363
2689816 기사/뉴스 '안경에이스의 12K 인생투' 롯데, '공동 3위' 점프-329일 만에 스윕 달성[KBO] 2 22:13 123
2689815 이슈 강동호(백호)의 망한 드라우닝 커버 22:13 232
2689814 유머 도대체 왜 이렇게 달려오는 걸까? 22:13 213
2689813 이슈 남들 다 나니가스키할때 우직하니 오요비데스까 22:13 258
2689812 유머 후이🩷랑 놀면서 신난 아이바오❤️🐼🐼 15 22:10 935
2689811 이슈 촬영당시 프리뷰로 핫게 갔었던 건국대 ROTC 제복 입은 엑소 카이 비쥬얼 11 22:09 1,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