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의 1달 최저생계비를 예치한 ‘생계비 통장’에 대해 압류를 금지하는 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민이 1인당 1개의 생계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은 채권자가 압류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게 골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한 ‘전국민 압류금지 통장제도’를 뒷받침하는 법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264인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1인당 1개 생계비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이 계좌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의 압류를 금지하며 ▲해당 계좌에 압류금지생계비 초과 금액이 예치되면 자동으로 초과분 예비계좌로 송금토록 했다. 법이 시행되면, 채무자는 계좌 1개를 생계비 통장으로 설정할 수 있고, 매달 최저 생계비 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
현행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압류를 금지하는 목록에 ‘1개월간 생계 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령에 따라 월 185만원이다. 하지만 실제 압류 단계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무자가 다수 금융회사에 통장을 갖고 있을 경우, 채권은행은 185만원만 따로 추릴 권한이 없다. 따라서 통장을 일괄 동결하는 ‘선(先)압류’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정 예금채권의 최저생계비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결국 채무자가 법원에 직접 압류금지채권 범위 변경을 신청한 뒤, 허가를 받아야만 18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매달 같은 과정을 거쳐 신청해야 하고, 행정비용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이런 제도를 모르는 채무자는 빚을 갚을 때까지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수도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예금계좌를 기초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단 압류가 된 후에는, 임차료 및 전기·수도·가스요금 납부 등 기본적 생계유지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채무자의 최저 생계 보호를 명시한 현행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앞서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지점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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