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은 종근당의 고위 간부인 A이사가 술자리에서 영업부 신입 직원의 뺨을 때린 뒤, 이를 손뼉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였다고 해명한 사건을 말한다. 2023년 5월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최근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늦게 소식을 접한 MZ 직원들이 “제약업계의 후진적 조직 문화의 대표 사례”라며 이 사건을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으로 명명해 소셜미디어 등으로 외부에 알렸다.
본지는 이 사건 피해자를 통해 당시 피해 사항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도 종근당 재직 중인가
“2022년 입사해서, 작년 9월 퇴사했다.”
-이유는.
“이 회사에서 제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직문화가 너무 안 맞았다.”
-정말 뺨을 맞았나?
“사실이다.”
-사건 발생 일시, 장소는?
“2023년 5월 30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상가 1층의 치킨이었다. 호출을 받고 가니 A이사와 B차장, C팀장, 또다른 팀원 이렇게 4명이 있었다.”
-당시 상황은?
“이분들은 점심부터 감자탕 집에서 낮술을 해서 이미 취기가 올라 있었다. 도착하니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직속 상관인 B차장이 ‘후래자 삼배’라며 소주와 맥주를 1대 1 비율로 섞어 제게 권했다. 일어나서 잔을 받으려고 했는데, 왼쪽에 앉은 A이사는 ‘앉으라’고 했다. 난처해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쭈뼛쭈뼛 했는데 A이사가 갑자기 ‘넌 AI(로봇)이야 뭐야 XX야’라며 제 뺨을 때렸다. 순간 고개가 오른쪽으로 확 돌아갔다.”
-그 직후 상황은?
“그 자리에 있던 C팀장이 ‘왜 계속 제 팀원들에게 손을 대시는 거냐. 그만 좀 하시라’고 정색을 하면서 A이사에게 항의를 했다. 이 말에 빈정이 상했던 A이사는 ‘너희들끼리 술 먹으라’며 대리 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했다.”
-심경은?
“비참했다. 다음 날 사내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뺨 맞는 게 너희 부서에서도 흔한 일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뺨 맞았단 증거는 있나
“이 일이 있은 뒤 그 자리에 있었던 C팀장에게 사직 얘기를 하는 전화 통화를 한 적 있었는데, 그 통화에서 C팀장도 ‘손찌검이 있었다’고 인정했었다. 자동 녹음 기능을 쓰기 때문에 통화 녹취록이 있다.”
녹취록 확인 결과, 2023년 7월 통화에서 피해자가 “왜 뺨까지 맞아가며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C팀장은 “그때 손찌검, 터치가 있었고 그래서 내가 ‘아, 이사님 하지 마시라’고 정색을 했었는데 기억나?”라고 말했다. C 팀장은 이후엔 “이사님이 너한테 악감정을 가지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봤을 땐 그게 좀 장난이었다” “내 입장에선 일이 안 커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종근당 측은 “신고자의 진술과 달리 A이사는 폭행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종근당은 “A이사가 받은 감봉 3개월 처분도 가벼운 징계가 아니며 그는 핵심 부서에서 비핵심 부서로 좌천성 인사도 당했다”며 “회사 조치는 적절했다”고 했다.
2. “음식 악기바리 당했다”
-A이사로부터 다른 피해도 당했나.
“과도한 음식을 주문해서 저연차 직원들에게 다 먹을 것을 강요하는 게 일상이었다. 제약계에선 ‘악기바리’(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뜻의 해병대 은어), 식고문이라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2023년 2월 8일 경기 분당의 한 감자탕 집에서 A이사와 저를 포함해 총 4명이 점심을 먹었다. A이사는 점심 1차에선 감자탕 6인분, 볶음밥 4인분을 시켰다. 2차를 가자면서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로 데려가 제게 햄버거, 윙봉(닭 날개) 2개, 아이스크림 1개, 커피 1개를 먹으라고 했다. 토할 것 같았다.”
-또다른 건?
“2023년 5월 22일 분당 야탑역 부근 돈가스집에서 A이사와 저, 다른 팀원 등 3명이 점심을 먹었다. 2~3명이 먹어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은 돈가스를 2개 주문하고 메밀냉면 2개, 메밀냉면 사리를 추가까지 해서 먹게 하고, 2차로 팥빙수 집에 가서 커다란 팥빙수를 먹었다.”
※이에 종근당은 A이사가 2023년 2월 8일 경기 분당에서 피해자 등과 감자탕을 먹고, 2차로 햄버거를 먹은 건 인정했다. 그러나 돈가스와 팥빙수 점심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했다. 종근당 측은 “음식은 특정 직원에게 강요한 것이 결코 아니라 여럿이 먹는 자리에서 다양하게 주문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3. 점심 외출 금지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피해자의 직속 상사인 B차장의 ‘괴롭힘’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B차장이 점심 시간에도 피해자에게 담당하는 병원을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관련 내용은 2022년 12월 둘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 잘 드러나 있다.
피해자=”선배님, 저 오늘 (병원) 밖에 나가서 밥 좀 먹고 와도 괜찮을까요?
B차장=“왜?”
피해자=”저 해장이 좀.”
B차장=”안돼 안돼. 병원에 살아. 병원에 뼈를 묻어야지 인마. 어디 나가서 먹으려 그래. 병원 밥 10년은 먹어야지.”
피해자=”해장국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B차장=”인마, 거기 라면 있어, 라면 먹어.”
※종근당은 ‘점심 외출 금지’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4. 블루투스 통화 금지와 폭언
-B차장과의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2022년 5월 수도권의 한 병원에 배치를 받았는데, 그때 그 병원 영업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이 B차장이었다. 그때 운전 중에 블루투스로 통화를 했는데, B차장은 ‘내가 너보다 아랫사람이냐?’ ‘네 아랫사람 전화나 그 따위로 손 내리고 블루투스로 받으라’고 했다”
-단발성 아닌가.
“아니다. 폭우에 운전할 때에도 한 손으로 전화를 들어 B차장과 통화하고 다른 한 손으로 운전을 하기도 했었다.”
통화 녹취록 확인 결과, 폭언은 다수였다. 아래는 관련 녹취록 일부.
B차장=”너 벙어리 3년, 장님 3년 얘기 못 들어봤어?”
피해자=”대략 들어본 것 같습니다.”
B차장=”너처럼 할 말 다 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거야”(2022년 10월 31일)
B차장=”너 녹음 파일 갖고 있으면 네 목숨이 위태로워. 네가 (녹음 파일로) 선배를 잡아냈다고 치자, 우리 회사는 높은 사람들 안 내보내. 감봉 1~3개월 때리고 말아. 근데 너는 살아 남을 수 있을까?”(2022년 9월 115일)
B차장=”썩을 놈, 죽일 X 다 라떼 커피만 사서 (의사에게) 온다는 거지.”
피해자=”그럼 다른 뭘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B차장=”이 정도 얘기했으면 너도 X가리를 써야지. XX가리면 라떼 사갈 것이고.”
피해자=”어떤 것을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B차장=”너도 일 하라고, X가리를 쓰라고 XX야.”(2022년 8월 17일)
B차장=”반차 쓰는 거 팀장에게 먼저 얘기하면 내가 못 쓰게 잘라버릴 수 있어. 어젯밤부터 너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했어. (자기 소개서 등) 소설 써가지고 회사 들어온 어이없는 XX들, 형이 걸러내서 내보낸 게 한 6명 돼. 나 띄엄띄엄 보지마.”
피해자=”예, 알겠습니다.” (2022년 8월 17일)
※종근당 측은 ‘블루투스 통화 금지’는 사실로 인정했다. B차장은 이런 정황들이 사실로 인정돼 ‘감봉 6개월’을 받아 이미 마무리가 된 사안이라고 했다.
5. 가해자에게 근무평가 받아
-A이사와 B차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 신고한 게 언제인가?
“2023년 8월쯤이다.”
-A이사에게 맞았다면 바로 신고하지 않고 왜 3개월 뒤에 했나?
“시끄럽게 만들기 싫었다. B차장만 문제 삼고 그에게 공개 사과를 받은 뒤 퇴사하려고 했다. 2023년 8월에 A이사에게 2022년 5월부터 1년여 간 B차장으로부터 당한 피해를 털어놨다. 그런데 A이사는 ‘이리 되면 너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 바닥이 좁아 징계받으면 퇴사해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직한다 해도 그 회사가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안 할 것 같냐’고 오히려 저를 질책했다. 화가 나서 이 직후, A이사 사건까지 묶어서 인사팀에 문제 제기를 했다.”
-신고 후에 A이사에게 근무평가를 받았나?
“그렇다. 신고 후 가해자인 A이사에게 근무평가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고 인사팀에 이의 제기를 했었는데 ‘공정하게 하겠다’고만 답하더라. 결국 3년 간 진급이 제한되는 최하 등급을 받았다. 물론 사원과 과장은 근무평가 체계가 다소 다르지만, 저보다 판매 실적 달성률이 낮았던 같은 팀의 과장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종근당은 A이사와 B차장의 감봉 징계에 대해 피해자도 수긍했다고 하고 있는데?
“거짓말이다. 뺨을 때리고, 폭언을 하고,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점심 먹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한 사람들이 감봉 징계를 받는 것에 동의할 사람이 있겠나. 징계 결과를 보고 바로 인사팀장님에게 항의 전화를 했고, 통화 내용도 다 있는데 제가 수긍을 했다고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종근당 측은 “신고 후에 A이사가 그대로 신고자에 대한 근무평가를 한 것은 맞는다”면서 “하지만 신고자의 실적이 낮아서 그에 맞게 최하 등급을 준 것이며 일반 사원과 과장의 근무 평정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미 끝난 지 일년 이상이 된 사건이고, 당시 A이사와 B차장의 징계 수위에 대해 (피해자를 포함한) 당사자 모두 수긍한 바 있다”며 “해당 징계는 회사에서 적절한 절차와 사유를 근거로 책정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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