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친구로서 미국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 퇴임을 앞두고 고별 차원에서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최 대행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블링컨 장관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일단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이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블링컨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의 견고함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미국의 철통같은 한국 방위 공약을 강조한 뒤, 한미,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 결의에 이은 잇단 윤석열, 한덕수 탄핵소추안 의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저항과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실패, 최상목 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별 임명과 체포영장 집행 저지 '방조' 의혹, 여당 국민의힘의 탄핵 저지 집단행동 등으로 현재진행형인 한국의 내란 상황에 대한 블링컨의 시각은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회담 이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회견 모두 발언에서 블링컨은 현시점을 두 나라 모두 "과도기"라고 규정짓고 "한미관계는 어떤 지도자, 어떤 정부, 어떤 당보다 더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는 "경제나 안보 이익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 공유에 기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 대신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한미관계는 지속되고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은 "지난 40년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고무적인 민주주의 서사를 써내려온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도전에 직면했던 것처럼, 최근 몇 주 한국의 민주주의도 시험에 들었다"면서 "그러나 여러분은 민주주의 회복력을 과시하면서 (시험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헌법과 법치에 완전히 부합해야"
'체포영장 저지 방조' 최상목 비판 인상
특히 블링컨은 "미국은 '한국의 제도들을 전폭적으로 신뢰'(full confidence in South Korea's institutions)하며, 우리는 이들 제도를 수호하고자 열정을 쏟는 한국 국민에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도적인 글로벌 민주 체제인 대한민국이 '헌법과 법치에 완전히 부합해'(in full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 and the rule of law)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을 잘 살펴보면, 블링컨은 △ 한국의 제도들에 대한 전적인 신뢰 △ 제도 수호를 위해 열정을 쏟는 한국 국민에 변함없는 지지 △ 헌법과 법치에 완전히 부합한 행동 등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여기서 '제도들'은 행정부와 국회, 사법부를 통칭하는 것이지, 현재의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를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혹시 기획재정부가 "한국의 제도들에 대한 전폭적 신뢰"란 블링컨의 말을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로 교묘하게 '둔갑'시킨 건 아닌지 의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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