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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남태령 대첩' 예산 청년 농민 임선택 "우선 윤석열 퇴진 시키고 농사 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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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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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제 딸이 4살인데, 요즘은 2~3일만에 보는 상황이다. 아이가 아빠가 어디 갔냐고 물어본다.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일이다. 솔직히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개인의 삶이 엉망이 됐다."

귀농 5년차 청년농부이자 예산군농민회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임선택(41)씨가 지난해 세밑 한 달을 돌아보며 건넨 소회(所懷)다.

임 실장은 4살된 딸아이의 아빠다. 아내 김다운(38)씨와의 사이에 올해 둘째아이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임대한 농지에 콩을 재배하고, 귀농하면서 매입한 땅에 설치한 하우스에서 쪽파, 생강, 양상추 등 시설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또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국과 진보당 예산홍성지역위원회 사무국 일도 도맡고 있다. 농사 지으랴, 동료 농민들의 권익 대변 활동 하랴. 몸이 여럿이라도 부족할 만큼 빠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비상계엄만 아니었다면 임 실장은 올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하우스와 밭을 정비할 계획이었다. 요양원에 계시는 아내 할머니도 보살필 일정도 있었다.

그는 "윤석열 퇴진을 일단락시키는 일을 우선해야 할 것 같다. 그 뒤에 올해 농업에 매진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고 싶다. 농업정책을 공부하고, 주변 청년 농민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잘 될진 모르겠다"고 말 끝을 흐렸다.


실장은 이른바 '남태령 대첩'으로 불리는 농민들의 트랙터 상경 시위 현장에 함께했다. 농민들은 12월 16일 '전봉준투쟁단'을 꾸리고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 각각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임 실장이 속한 전농 충남도연맹 소속 시군들도 12월 19일 공주 우금티 사거리에 집결한 뒤 트랙터를 몰고 '전봉준투쟁단'에 동참했다.

그는 "그동안 농민들이 트랙터를 타고 서울땅을 밟은 적이 없다. 2016년에 트랙터 2대가 국회로 진격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이번에도 남태령에서 막혔지만, 농민들은 끌려가더라도 버티자고 했다. (12월 21일) 오후 5시부터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모이기 시작하면서 경찰들이 예전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함께 모인 시민들이 자리를 지켜 줬다. 농민들이 앞장 섰고 시민들이 뒤를 지켜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승리다. 지금까지는 농민, 시민, 학생이 각각 따로 싸웠지만 이번에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했다"고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했다.

"특히 2030 여성들이 많이 모였는데, 그들이 무슨 한국 농민의 현실을 이해해서가 아니었다. 어떤 이념이나 정파로 모인 이들도 아니었다"며 "그저 경찰 병력과 경찰 버스 차벽에 막혀 추위에 떨고 있는 농민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한, 약자에 대한 연대감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올해 농사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기 위한 여러 계획을 세웠지만, 잠시 보류해 놓은 상태다. 국민이 뽑아 세운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주권자에게 총을 겨누면서 국가 질서가 무너질 위기에 몰리고, 일상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지내는 것은 그 스스로도 용납하지 못했다.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볼 때 우발적이고 허술해 보인다고 윤석열씨의 정신세계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굉장히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라면 통했을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용기있는 저항도 있었지만 민주화 시기를 거친 사병들이 이번 계엄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공동체가 당면한 과제 중에 '윤석열 퇴진'을 가장 먼저 꼽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12·3비상계엄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임 실장 역시 그날 밤 겪은 공포와 충격의 여운을 좀처럼 떨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서울 토박이다. 면목초·장안중·경희고를 거쳐 성균관대 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법관을 꿈꿨다는 그는 "지금 검찰 작태를 보니 법관 안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귀농 전까지 살아온 삶이 농사와 무관했다"고 고백하는 그는 왜? 또 어떻게? 농민이 되기로 결심하게 됐을까?

우연히 농민 단체와 조우하면서 시작한 농민운동은 대학생 때 뛰어든 사회운동과도 닿아있다. 그는 2000년대에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효순·미선이 사건 △이라크 파병 반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전용철 열사 등의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에 천착하며 통일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대학 4학년 때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투쟁 현장에 참여했던 경험이 그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저녁 6시에 모이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집회를 매일 이어갔다. 집회 현장에서 사회운동 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운동가가 된 것 같다"고 들려줬다.

박근혜 탄핵 뒤 2017년 말 전농 총연맹 조직교육부장을 맡으면서 농민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청년 농민 임 실장은 정상적이지 않은 한국 농정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일례로 "농협 외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에 보면 직업란에 '농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농민이 등외 국민 취급받고 있다"며 "농업은 국가 근간 산업이다. 한국의 농정 개혁은 농민들의 지위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시각은 규모의 경제 틀 안에 갇혀 있다. 얼마나 많은 농지를 가져야 하는지, 농기계를 몇 대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러다보니 돈을 벌면 땅을 사고 농기계를 사야하는 식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을 외교·산업적 측면이 아닌 국가를 지탱하는 근본이라는 시각에서 농정을 펼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연대의 힘을 보여준 20·30 청년들의 모습을 확인한 건 임 실장에게도 예상 못한 소득이다. "(남태령)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아픔을 기반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청년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나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닌 함께 행복한 삶과 희망을 만드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내란 상황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청년 농민 임 실장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황동환 기자


https://omn.kr/2brgy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5877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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