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뛰고 있다’…쿠팡은, 국가는 무얼 했나 [6411의 목소리]
저는 쿠팡 로켓배송 사망 노동자 정슬기의 아버지 정금석입니다. 사망 노동자의 아버지로 7개월을 살며 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만 오늘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7개월 동안 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의 불법 무도한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이는 확실하게 증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5월28일, 외국에 있던 제게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급히 귀국해서 장례를 치르고 아들이 일하던 택배회사 대리점에 갔습니다. 산업재해 인정은 어려우니 합의를 하자는 말이 이상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산재를 신청하고 과로사를 인정받았습니다. 아들처럼 쿠팡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유족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이 모여야겠다 싶어서 저도 같이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고 생명은 한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존엄하다는 말이, 아들의 빈자리를 보며 어찌할 수 없는 저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41살 건강했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비는 남은 생애를 죄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며느리와 네 손자들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아들은 일을 시작한 지 몇주 만에 체중이 10㎏이나 빠지고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14개월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일을 하다 쿠팡에 끝내 ‘개같이 뛰고 있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는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74시간24분, 12주 동안 주간 평균 업무 시간이 73시간21분’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 무거운 택배를 나르며 주 6일 내내 야간 근무를 했고, 배송 마감 시간으로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어서 심장 혈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들은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9월12일 쿠팡 본사 앞에서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잠실대로 고층빌딩 앞에 팻말을 들고 섰는데, 그저 내 한 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 슬픔, 분노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란 마음으로, 아들과 같은 죽음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 쿠팡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쿠팡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쿠팡 임원들이 불려가던 어느 날, 죄송하다는 문자가 날아오더니 팻말을 들고 있는 제게 쿠팡 상무라는 이가 찾아왔습니다. ‘가족 문제니까 조용히 이야기하시자’라고, 쿠팡 상무가 말하더군요. 저는 ‘쿠팡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연대 단체들, 노동자, 시민들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심야노동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판명되어서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는 21세기에, 쉼 없이 계속 심야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물류창고나 쿠팡캠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쿠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2020년부터만 세어도 20명의 노동자가 죽었다고 하는데, 쿠팡은 죽음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죽은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유족들을 무시했습니다.
전문은 링크에서 볼 수 있음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64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