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취재를 갔다 온 기자들은 말했다. “유가족들이 자꾸 ‘쿠션어’를 써요.” 가족의 유해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현장을 찾는 정치인과 당국자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바쁘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을 말머리에 달고 눈치를 보며 어렵게 대화를 요청한다는 거였다.
39,575 359
2025.01.07 10:03
39,575 359
ApyZwQ

처음에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 속 참사 피해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잘못한 게 없고 떳떳한데 왜 댓글창을 닫아야 하나? 우리 사회 아주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기사이니만큼 그것에 반응하는 시민(이라 호명되는 온라인의 익명 작성자)들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구성 요소이고 기록이라고도 여겼다.


안이한 판단이었다. 참사만큼이나 끔찍한 참사 기사 댓글을 여러 번 목도하고 나서는 생각을 바꾸었다. 차라리 인류 공격용 AI 로봇의 소행이라고 믿는 게 마음 편했다.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존재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모국어를 쓰며 함께 살아가는 나와 닮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관없는 나조차 이러한데 사건의 당사자들은 어떠할까. 너무 분하고 억울했지만, 아픈 이들의 상처에 뿌리는 소금과 같은 댓글창을 ‘폐쇄’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취재를 갔다 온 기자들은 말했다. “유가족들이 자꾸 ‘쿠션어’를 써요.” 가족의 유해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현장을 찾는 정치인과 당국자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바쁘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을 말머리에 달고 눈치를 보며 어렵게 대화를 요청한다는 거였다. 응당 악 쓰고 발 구르며 오열할 권리가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격한 모습이 기자들 수첩과 카메라에 담겨 전파되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까 두려워 숨죽여 울고 침착하려 애쓴다는 거였다. 그간 숱한 참사 유가족들이 겪은 수모의 선례를 그들이 왜 모르겠는가.


댓글창을 닫으며 간절히 소망한다. 아무 걱정 없이 댓글창을 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같이 슬퍼하며 우는 ‘사람’들의 말과 진심이 악한 말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참사 유가족들에게 가닿기를, 모두의 슬픔과 애도의 마음이 모여 결국은 다음에 올지도 모를 다른 참사를 막아내는 장벽의 주춧돌이 되기를.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76

목록 스크랩 (1)
댓글 35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석규 대상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작가판 무삭제 대본집 펀딩 기대평 이벤트 77 01.22 14,55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610,66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947,37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472,11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7,083,62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2 21.08.23 5,903,58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871,36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71 20.05.17 5,468,11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903,87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757,93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14359 기사/뉴스 소지섭 또 해냈다…취향 타는 ‘서브스턴스’ 역주행이 값진 이유 12:40 54
2614358 유머 블라인드) 남초회사 다니는 여자가 느낀 점 12:40 264
2614357 이슈 한국인들 이 중혐에 대한 댓가를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거지.twt 3 12:39 434
2614356 기사/뉴스 [왓IS] 뉴진스 “어도어, 일부 멤버 부모님 만나 회유·이간질 시도” 2 12:39 180
2614355 유머 딸내미가 테레비 독점 시청중이라 내 테레비는 폰으로 봐야됨.... 6 12:38 649
2614354 유머 식당 운영자가 사과문을 올린 이유 5 12:37 1,001
2614353 유머 그냥 통닭인거 맞죠..? 2 12:36 803
2614352 이슈 악플러들 악플에 타격감 없다는 장원영 15 12:36 822
2614351 이슈 젠더갈등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상 기만입니다. 15 12:35 1,091
2614350 기사/뉴스 경상권 A국립대병원 지도전문의 부족 수련 중단 위기 5 12:34 428
2614349 기사/뉴스 ‘N번방’ 이후 최대 규모 사이버 성착취…10대 159명 포함 234명 피해, 총책 등 14명 검거 5 12:34 282
2614348 이슈 상식: 공수처는 김명신을 수사할 수 있다 26 12:34 1,406
2614347 이슈 '오늘도 죽으러 갑니다'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 17> 메인 포스터 6 12:33 733
2614346 이슈 혜리 인스타그램 업로드 12:33 538
2614345 이슈 빵또아 신상 18 12:33 2,205
2614344 이슈 스포츠 공정위의 정몽규 평가표 3 12:33 270
2614343 이슈 SM 오디션붙었었던 썰 최초공개하는 민니 5 12:33 651
2614342 이슈 회사 이적후 처음 피지컬 앨범 내는 청하 예판 뜸 1 12:32 518
2614341 이슈 <지구마불 세계여행3> 2025.03 COMING SOON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것" 시즌3으로 돌아온 빠니보틀X원지X곽튜브 😎 7 12:31 477
2614340 이슈 극성팬 "변우석·김혜윤 왜 같이 있냐" 민원에 업체 문 닫을 판 "간곡히 호소" 11 12:31 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