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취재를 갔다 온 기자들은 말했다. “유가족들이 자꾸 ‘쿠션어’를 써요.” 가족의 유해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현장을 찾는 정치인과 당국자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바쁘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을 말머리에 달고 눈치를 보며 어렵게 대화를 요청한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 속 참사 피해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잘못한 게 없고 떳떳한데 왜 댓글창을 닫아야 하나? 우리 사회 아주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기사이니만큼 그것에 반응하는 시민(이라 호명되는 온라인의 익명 작성자)들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구성 요소이고 기록이라고도 여겼다.
안이한 판단이었다. 참사만큼이나 끔찍한 참사 기사 댓글을 여러 번 목도하고 나서는 생각을 바꾸었다. 차라리 인류 공격용 AI 로봇의 소행이라고 믿는 게 마음 편했다.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존재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모국어를 쓰며 함께 살아가는 나와 닮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관없는 나조차 이러한데 사건의 당사자들은 어떠할까. 너무 분하고 억울했지만, 아픈 이들의 상처에 뿌리는 소금과 같은 댓글창을 ‘폐쇄’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취재를 갔다 온 기자들은 말했다. “유가족들이 자꾸 ‘쿠션어’를 써요.” 가족의 유해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현장을 찾는 정치인과 당국자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바쁘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을 말머리에 달고 눈치를 보며 어렵게 대화를 요청한다는 거였다. 응당 악 쓰고 발 구르며 오열할 권리가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격한 모습이 기자들 수첩과 카메라에 담겨 전파되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까 두려워 숨죽여 울고 침착하려 애쓴다는 거였다. 그간 숱한 참사 유가족들이 겪은 수모의 선례를 그들이 왜 모르겠는가.
댓글창을 닫으며 간절히 소망한다. 아무 걱정 없이 댓글창을 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같이 슬퍼하며 우는 ‘사람’들의 말과 진심이 악한 말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참사 유가족들에게 가닿기를, 모두의 슬픔과 애도의 마음이 모여 결국은 다음에 올지도 모를 다른 참사를 막아내는 장벽의 주춧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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