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초저가'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탓에 지출을 줄인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가성비 제품을 늘리는 전략이다.
편의점에서 '득템'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편의점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24시간 운영하고 골목골목마다 자리해 접근성이 좋은 대신 가격은 다소 비싼 곳이 편의점이었다. 우유 한 개, 라면 한 개를 구매할 때라면 몰라도 일주일치 장을 편의점에서 본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1+1', '2+1' 등 30~50% 할인을 보장하는 행사가 정착한 것은 물론 아예 처음부터 대형마트나 온라인몰보다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는 단독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소용량 채소와 계란 등 신선식품까지 갖추면서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편의점 초저가' 트렌드를 이끄는 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다. CU는 지난 5일 자사의 초저가 PB '득템' 시리즈의 판매량이 지난해 12월 말 5000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계란과 라면 등을 앞세워 해당 브랜드를 론칭한 뒤 약 4년 만에 편의점 대표 가성비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대표 제품인 '라면득템'의 경우 5개 들이 멀티팩 가격이 2400원으로, 웬만한 브랜드 라면 2~3개 가격에 불과하다. 최근 출시한 '먹태구이 득템'은 120g 1봉 가격이 9900원으로 일반 브랜드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눈에 띄는 건 판매 추이다. 누적 판매량 5000만개 중 지난해에 팔린 양만 3000만개에 달한다. 직전해인 2023년 1000만개가 팔린 것에 비하면 1년 새 판매량이 3배나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압박이 초저가 제품군인 '득템'의 판매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CU는 득템 시리즈 외에도 초저가 제품군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네스프레소 머신과 호환되는 캡슐 커피를 개당 290원에 선보였다. 정품 네스프레소 캡슐은 물론 저가형 호환 캡슐보다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이밖에도 '880원 육개장 라면', '990원 스낵', '990원 우유' 등을 선보여 90만~200만개가 팔리기도 했다.
원가를 절감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 업계의 초저가 전략은 결이 다르다. 원가는 절감하되 품질을 눈에 띄게 낮추지 않는 게 목표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올해부터 최저가 프로젝트 '민생의 끝'을 진행하고 첫 상품으로 1900원 김밥과 3600원 비빔밥을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업계 최저가'를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재료를 줄이기보단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재료를 다 넣으면서도 가격을 20~30% 낮춰 만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1900원 김밥에는 햄·맛살·단무지·어묵·우엉·당근·시금치·계란 등 일반적인 '기본 김밥'에 들어가는 속재료가 모두 들어가 있다. 3600원 비빔밥 역시 한돈불고기를 메인으로 로메인·당근채·콩나물무침·무나물·시금치·양파 등 7가지 고명이 구색을 맞췄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재료를 배합해 가격과 품질을 모두 잡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초저가 제품들이 마진을 줄인 만큼 기존 NB(제조사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과 마진율이 모두 낮아 매출·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팔아봐야 남는 게 없는'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제품의 수익성에만 시선을 둔 분석이라는 게 편의점 업체들의 입장이다. 기존에 편의점이 갖추지 못했던 계란·두부·당근 등의 신선식품류를 통해 장보기 손님을 유치하거나, 구매의사가 없던 고객을 초저가 제품을 통해 끌어들이는 모객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390원짜리 라면 1개를 팔아서 얼마를 남겼다는 식의 계산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라면을 사지 않을 손님이 라면을 사고, 커피 한 잔만 사려던 손님이 장을 보고 가도록 하는 등 중장기적인 수익 개선을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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