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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K드라마에 담기는 '가족'의 개념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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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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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 여는 《가족계획》
K드라마, 잊혀갔던 가족 서사를 다시 꺼내들다


점점 퇴조하면서 지나간 옛 코드라 여겨졌던 가족 서사가 다시금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어째서 가족 서사가 다시 부상하고 있을까. 또 그 가족 서사는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근 ENA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나미브》는 해고된 스타 제작자 강수현(고현정)이 방출된 장기 아이돌 연습생 유진우(려운)를 스타로 키워내 재기하려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소재적으로 보면 《드림하이》나 《아이돌:The Coup》 같은 K팝 아이돌을 소재로 담고 있지만, 《나미브》에 어른거리는 건 가족 서사다. 강수현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들 심진우(이진우)가 교통사고를 당해 청각을 잃게 된 데 대한 죄책감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 아들의 미래를 열어주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강수현의 집착은 남편 심준석(윤상현), 심진우도 오히려 힘겹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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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바깥에서 찾아낸 새로운 가족

심진우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아닌 미래를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힘겨워하고, 심준석은 결국 이혼 서류를 내민다. 이 위기의 가정에 소속사에서 방출되어 갈 곳 없게 된 유진우가 들어온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충격 때문에 자해를 하는 등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그래서 《나미브》가 그리는 건 유진우라는 연습생이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만이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져 불안하게 떠돌던 이 인물이 강수현과 심준석, 심진우 같은 이들과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의 틀에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담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가족애를 혈육 바깥에서 찾는 이야기 《나미브》는 그 새로운 가족 서사를 꺼내놓고 있다.

최근 전편이 공개된 쿠팡플레이 《가족계획》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수(배두나)네 가족은 어딘가 특이하다. 영수는 타인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 그녀의 남편 철희(류승범)는 수십 명쯤은 맨손으로 때려잡는 무공의 소유자다. 쌍둥이 지훈(로몬)과 지우(이수현)도 전학 온 학교에서 단번에 일진들을 때려눕히는 아이들이고, 할아버지 강성(백윤식)도 그런 아이들에게 '힘 조절'을 하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알고 보면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다. 아이들을 훈련시켜 살인무기로 만드는 특수교육대대라는 곳에서 함께 탈출해 꾸려진 가족이다. 그런데 이 모래알 같은 가족은 위기를 맞게 되면서 진짜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헌신적인 희생을 해온 영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이 이상한 가족은 그렇게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피와 살점이 튀는 잔혹극 형식을 장르로 가져온 작품이 훈훈한 가족 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흥미로운 건 이 혈연 바깥에서 새롭게 탄생한 가족이 기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대결 구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종영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윤정재(최원영)라는 아빠를 중심으로 김산하(황인엽), 윤주원(정채연), 강해준(배현성) 그리고 김대욱(최무성)이 말 그대로 조립식으로 꾸려낸 가족은 피로 연결된 혈육 관계의 가족들과 대결 구도를 갖게 된다. 진짜 가족 이상으로 끈끈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 앞에 떠났던 부모들이 나타나 자식들을 데려가려 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가족 코드에 더 몰입하는 중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가진 리메이크작이지만 《조립식 가족》이 보여주는 이 새로운 가족의 서사는 국내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울림이 적지 않았다.

가족 드라마는 한때 공고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가부장제 시스템의 퇴조와 함께 힘을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힘을 잃은 건 가부장적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옛 가족 드라마들일 뿐이다. 현재의 달라진 환경에 맞는 가족 코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조립식 가족》 같은 작품이 보여준다.

혈육이 아닌 타인이 가족이 되는 이런 새로운 경향은 사극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옥씨부인전》에는 구덕이(임지연)라는 노비 신분의 인물이 옥태영이라는 양반가의 딸로 신분이 바뀌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짜 옥태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건 다름 아닌 진짜 옥태영(손나은)의 할머니인 한씨부인(김미숙)이다. 구덕이는 가짜 옥태영의 삶을 살게 되지만, 그 삶을 통해 막심(김재화), 도끼(오대환), 백이(윤서아), 끝동이(홍진기) 같은 노비들과 진짜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서서 해결해 주고, 노비와 상전 같은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가족 관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이어진 구덕이와 그 주변 인물들을 위협하는 이들은 혈연이지만 비뚤어진 가족 관계를 가진 자들이다. 자기 아들이 노비인 백이를 좋아하게 되자 그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사람을 시켜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이를 욕보이게 하려 했던 송씨부인(전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자기 자식에 대한 엇나간 이런 집착은 결국 그 아들마저 자진하게 만드는 비극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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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이 태생적 가족보다 낫다?

알다시피 가족 드라마는 퇴조한 장르라 여겨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가족 드라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KBS 가족 드라마의 추락이다. 한때 50%까지 육박하던 KBS 가족 드라마의 시청률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떨어져 이제 20%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이 수치도 낮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가족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된 건 실제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등 과거 같은 대가족 체제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이제 더 이상 대가족이 등장하는 옛 가부장적 틀의 가족 서사가 공감을 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 서사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확실히 단출해졌지만 여전히 가족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최근 등장하는 작품들에는 여전히 가족 서사에 대한 갈증들이 어른거린다. 다만 그 가족 서사는 과거의 가부장적 시스템과는 완전히 달라진 경향을 보일 뿐이다. 옛 방식의 가족 서사를 깨고 새로운 가족을 내세우는 건 그래서 최근 작품들의 새로운 경향이 되고 있다. 영화 《대가족》 같은 작품을 보면 정자 기증이라는 코미디 코드를 활용해 우리 시대의 가족 범주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을 유쾌하게 던지고 있다. 《대가족》의 대(對)가 '크다'가 아닌 '대하여'의 의미를 담은 한자고, 영문 제목이 《About Family》인 이유다.

《나미브》의 강수현 가족과 유진우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조합의 가족 서사나, 《가족계획》 《조립식 가족》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 시대가 꿈꾸는 새로운 가족의 그림들을 그려낸다. 이미 이런 변화의 징후들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나 《남남》 같은 작품들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같은 새로운 장르물과도 엮이며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한때 퇴조했다고 여겨졌던 가족 서사는 그래서 새로운 관계들을 등장시키며 다시 부활하는 중이다. 어쩌면 K콘텐츠의 핵심적인 매력이었다고 볼 수 있는 가족 서사는 이제 달라진 시대에 맞춰진 옷을 입은 채 화려한 외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9476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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