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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경선이가 무슨 죄로 죽어야 했을까"…교제살인 유족의 호소

무명의 더쿠 | 01-05 | 조회 수 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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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 동생 경선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죽어야 했을까.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한 번씩 생각해요."

다음 날이면 꼭 집에 돌아올 것 같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문을 열고 오빠를 부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빠 김현성(24)씨에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피의자 김모(23)씨는 사귄 지 99일째 되는 날에 여자친구 김경선씨를 살해했다. 그때 경선씨의 나이는 21살. 

뉴시스는 지난해 9월30일, 11월21일과 29일, 12월5일 네 번에 걸쳐 경선씨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다. 친오빠 현성씨와 숨지기 전날까지 함께 있던 친구 한모(22)씨, 박모(22)씨, 임모(22)씨는 인터뷰에서 경선씨가 기억되길, 그리고 피고인 김씨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고인 김씨는 지난해 5월21일 오전 5시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오는 9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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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김씨는 경선씨에게 집착했다. 위치 추적, 이성 차단, 잦은 전화 등으로 경선씨가 힘들어했다고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박씨는 "앱으로 위치 추적하자고 했었고 남자랑 연락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이성 친구들과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씨는 "전화를 되게 자주 하고 만나러 가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자주 만나자고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현성씨도 "동생이 집에서 남자친구랑 전화하면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무슨 일이냐 물었는데 남자친구 문제였다. 왜 화내면서까지 만나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경선씨는 피고인 김씨에게 끊임없이 이별을 고했다. 친구들은 교제하는 약 3달 동안 경선씨에게 들은 것만 4~5번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선씨에게 돌아온 건 협박이었다. 피고인 김씨는 헤어지자는 말에 차도로 뛰어들었다. 무릎을 꿇고 빌었다. 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네가 아니면 살 가치가 없다. 그냥 죽겠다'고 화냈다가 '누구를 만나든 뭘 하든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계속 만나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경선씨는 김씨를 차도에서 끌어냈고,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시겠냐. 그런 말 하지 마라'며 진정시켰다.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며 냉정하게 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흉기를 샀다'는 김씨의 말에 경선씨는 무력해졌다.


임씨는 "김씨가 죽으면 경선이는 자기 잘못이고 죄책감이 클 거라고 걱정했다"며 "미안해서 못 헤어지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박씨도 "5월 초 경선이가 '김씨가 정말 흉기를 샀다. 나 때문에 죽는 거 아니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지난해 5월21일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경선씨를 숨지게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샀던 그 흉기였다.

후회는 친구들의 몫이 됐다. "그날 경선이와 같이 집에 가자고 할걸, 김씨를 부르지 말걸, 경선이가 관계를 끝내도록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걸." 경선씨가 숨지기 약 6시간 전까지 피고인 김씨와 같이 식사했던 친구들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경선이는 정이 많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하고 싶은 게 늘 많았던 것 같아요."

그날도 경선씨는 전단지들을 품에 가득 안은 채 식당에 들어왔다. 식당 오는 길에 나눠주는 전단지를 다 받아 온 것이다. 길을 가다가 할머니들이 파는 물건도 곧잘 샀다고 친구들은 떠올렸다.

동물을 사랑하고 손재주가 좋아서 반려동물 간식 만드는 일도 하고 싶어 했다. 제과제빵을 배우며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씩 병행했다.


지난해 9월30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경선씨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딸은 우리 부부가 많이 의지하고 가족의 중심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런 자녀가 없다는 사실을 아직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현성씨는 "제가 장남인데 동생이 부모님 생일을 챙기고 제가 휴가 때면 가족끼리 계속 뭉치게 했던 게, 그 역할을 제일 많이 했던 게 동생"이라고 말했다.


경선씨가 떠난 뒤 가족들은 한동안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술로 딸을 잊으려 애썼고, 출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현성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버지는 "경선이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살아가려 하는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딸의 또래를 쳐다보게 되고 딸을 생각하게 된다"며 "보내줘야 할 때가 됐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재판장에서 흐느꼈다.

가족과 친구들의 소원은 하나다. 피고인 김씨가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것.

검찰은 지난해 10월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과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11월21일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현성씨와 친구들은 김씨가 20년을 살고 나와도 40대라며 형량이 더 무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을 받았다 한들 경선이와 맞바꿔질 수 없는 거잖아요. 전자발찌도 부착 안 하고 너무 적다고 생각해요." 임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진짜 자기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지내도 성에 안 찰 텐데 또 항소했다"며 "어안이 벙벙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 심신미약이니 이런 것들을 봐주니까 교제살인이 끊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한씨도 "초범이 양형 사유가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성씨는 "교제살인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 처벌 수위 등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게 많다"며 "동생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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