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유 중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라는 부분을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라고 변경하기로 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쪽 법률대리인단과 국민의힘이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인 탄핵심판 성격상 헌법 위반만 다투겠다는 논리는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이미 '교통정리'가 끝난 부분이다.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쪽 법률대리인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라는 주장은 철회하고, 이 행위의 헌법 위반 여부만 다투겠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이렇게 재구성되다시피하는 것은 소추권 남용과 같은 의도"라고 반발했다. 탄핵사유를 변경하려면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 글로 이들을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국회 탄핵소추인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 자체를 탄핵사유에서 제외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의견을 변경한다는 취지다. 비슷한 예로는 형사재판의 공소장 변경 절차가 있다. 형사소송법 298조는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탄핵소추인단도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탄핵사유를 변경하고자 했다.
명확한 선례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인단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일이 뇌물죄, 강요죄 등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위헌적 행위'라는 취지로 탄핵사유를 변경했다. 이를 두고 '불법이다',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 등 2025년 현재와 똑같은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권성동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2017년 1월 20일 7분 10초 간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쪽은 '탄핵사유 변경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헌재는 '소추사유 변경 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기존의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로 소추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청구인이 주장한 소추사유 중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소추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은 이 사건 판단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답했다. 즉 최초의 탄핵소추의결서에 담긴 사실관계에서 부합하는 소추사유 변경은 가능하며 그 내용이 어떻게 위헌·위법인지는 재판부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부도 마찬가지다. 3일 정형식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은 서면을 통해 '(소추사유 변경은) 불가능하다. 오탈자까지 고치면 안된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어떻게 볼지는 저희가 판단할 부분이고, 저희가 판단할 때 곤란하다, 안된다고 하면 빼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도 "이 사건 소추 사유 핵심은 계엄행위가 위법이라는 것 아닌가"라며 "그 부분은 법적 평가 아닌가. 법적 평가는 재판소가 하겠다"고 정리했다.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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