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9일 정부안 공개… 과잉 진료 줄여 중증 보장 확대
정부가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 청구가 빈번한 비중증·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현행 20%(평균)에서 90% 이상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비중증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일일 20만원까지만 보장하게 할 방침이다.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실손·비급여 개편안’을 오는 9일 관련 공청회에서 공개한다. 비중증 보장은 대폭 줄이고 중증 보장은 늘리는 ‘5세대 실손보험’의 골자를 발표하는 셈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관리 급여’를 신설해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고가의 과잉 비급여 치료들의 통일된 가격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통증 완화 시술), 증식 치료(통증 완화 주사) 등이 관리 급여 항목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아져 병원 입장에선 이런 치료를 권할 유인이 적어진다.
경증으로 응급실 가면 본인 부담금 4.5배 내야
‘관리 급여’ 항목에 들어오면 정부가 중증·비급여 치료의 가격(수가)과 본인 부담률을 결정할 수 있다. 정부는 ‘관리 급여’ 항목 내 과잉 비급여 진료의 경우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게 정하고, 실손보험도 이와 똑같이 90% 이상의 본인 부담률을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 실손보험의 평균 본인 부담률이 20% 정도임을 감안하면 4.5배로 대폭 인상되는 셈이다.
의료계에선 그동안 대형 병원 응급실로 몰리던 경증 환자의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말 경증 환자가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대형 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경우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20%에서 90%로 올렸다. 총진료비가 100만원이 나왔다면 본인이 9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가입한 실손보험을 통해 90만원 중 72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실제 내는 돈은 18만원(본인 부담률 20%) 정도였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 연동제’가 시행되면, 실손의 본인 부담률도 9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본인 부담금은 18만원에서 81만원으로 급증한다.
정부는 ‘병행 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급여인 물리 치료와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섞어 동시에 진료를 하면, 급여 치료인 물리 치료 비용까지 100%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미용·성형, 라섹 등의 일부 비급여 치료는 급여 치료와 병행 진료를 하면 급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코막힘 치료 명목으로 비급여인 ‘비밸브 재건술’(코 내부 확장)과 급여인 ‘비중격 교정술’(코뼈 교정)을 병행 진료하면 건보 적용이 되는 ‘비중격 교정술’ 비용 총 135만원까지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도수 치료, 무릎 주사, 비타민D 주사 등 과잉 비급여 치료도 이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의료개혁특위 관계자는 “체외 충격파 같은 비중증·비급여 치료 항목들의 효과를 재평가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면 아예 그 의료 행위를 못 하도록 퇴출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비중증·비급여 질환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의 보장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또 ‘일 실손 한도’를 신설해 경증 통원 치료는 하루 20만원까지만 보장할 계획이다. 실손 가입자들이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며 3~4개 통증 치료 등을 받는 ‘비급여 쇼핑’을 막겠다는 취지다. 경증 입원은 1회당 보장 한도를 300만원으로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질환의 본인 부담률을 현재의 30%에서 50%로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실손 청구가 가장 많은 상위 ‘10대 비급여·비중증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 내에선 “현재로선 도수 치료, 영양 주사, 일부 척추 시술, 비급여 MRI, 증식 치료, 체외 충격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중증 질환에 대해선 실손 보장 범위를 전보다 더 넓힐 계획이다. 과잉 비중증 보장 범위를 줄이고 그 돈을 중증 질환으로 돌리겠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신 당뇨, 사산, 전치태반(태반 위치 이상), 자궁외임신 등 기존에 실손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던 임신·출산 관련 여러 치료 항목을 신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증에 대해선 경증과 달리 질병당 실손 보상 한도(5000만원) 등 주요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실손보험 가입 연령 상한도 지금의 75세에서 90세로 확대한다. 보험료율 갱신 기간도 5년에서 ‘5년 내’로 단축하는 내용도 개편안에 포함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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