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블랙박스 분석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2일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항공철도사건조사위원회(항철위)가 사고기의 음성기록장치(CVRㆍCockpit Voice Recorde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날 오전 완료했다”며 “추후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실장은 “당초 음성파일 전환에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빠른 속도로 작업해 당겨졌다”며 “앞으로 조사관들이 음성파일을 들으면서 사고 자료와 비교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CVR에는 기장과 부기장 등 조종실 내 대화는 물론 관제사와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 소리와 경고음 등이 모두 녹음 돼 있다. 사고 발생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전부 담겨 있는 셈이다. 주 실장은 “용량은 2시간 분량인데 최장 2시간 분량이 있다”고 했다. CVR의 최대 용량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국토부가 확보한 음성기록장치 기록이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기장 A씨는 “음성기록장치만 들어보더라도 엔진이 1개 고장인지 2개 고장인지 등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가 충돌했을 때의 폭발 소리 등도 모두 기록됐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사실상 조종석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담기는 셈”이라며 “이번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음성파일 관련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위해선 CVR 자료를 비행기록장치(FDR) 등 다른 기록과 비교ㆍ대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 실장은 “CVR은 중요한 증거자료 중 하나지만 한쪽 기록만 봐서는 정확한 진실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FDR과 사조위가 수집한 자료 등을 퍼즐 맞추듯 비교ㆍ대조한 뒤 사고 원인을 최종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VR 선공개가 공정한 조사를 방해할 수 있고, 사조위의 항공 사고 조사방침상 최종 사고 원인 발표 전 CVR 공개가 이뤄진 전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FDR이 손상이 심해 분석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파손된 FDR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분석하기로 했다. 이송 일정이 협의가 되는 대로 사조위 조사관을 파견해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FDR은 항공기의 비행 경로와 단위(시간)별 작동 상태를 디지털, 자기 또는 수치 신호로 기록하는 장비다.
FDR 분석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파손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과거 항공 사고에선 사조위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린 적도 있다. FDR 분석 시 사고기 제작사인 미 보잉사 측에 편향적으로 분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토부는 선을 그었다. 주 실장은 “국내 사조위 조사관과 공동 분석하는 만큼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12260?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