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보강 사업을 하면서 127t에 달하는 철근콘크리트를 주문한 것으로 1일 파악됐다. 로컬라이저를 지지할 상판을 고강도 콘크리트판으로 개량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1일 확보한 2021년 4월 한국공항공사의 ‘무안국제공항 계기착륙시설(ILS) 현대화 사업’ 입찰공고 물량내역서에 따르면 19번 활주로 로컬라이저 기초 보강공사를 위한 ‘레미콘 타설(철근)’ 수량은 52.92㎥로 기재돼 있다. 통상 철근콘크리트 단위 중량은 1㎥당 2.4t이다. 약 127t 분량의 철근콘크리트를 주문한 것이다. 19번 활주로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참사가 난 곳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3년 로컬라이저 개량사업을 실시하면서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로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둔덕의 길이는 약 40m로 추정됐다. 보강공사 때 주문됐던 레미콘 타설량(52.92㎥)과 국토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의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판이 새롭게 설치된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과 교수는 “이 정도 콘크리트 양이면 단순하게 계산해 높이 1m, 폭 1m, 길이 52m크기의 거대한 ‘콘크리트판’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콘크리트는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수십 톤에 육박하는 항공기가 구조물에 부딪혔을 때의 충격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는 로컬라이저를 ‘부서지기 쉽게(fragile) 설계·제작하라’는 지침을 안테나 및 철탑 관련 공사 부분에만 명시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기초(둔덕) 위에 로컬라이저를 구성하는 철탑과 안테나가 고정된 모양새다. 견고한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놓고, 철탑만 부서지기 쉽게 만든 셈이다.
해당 사업 제안요청서는 로컬라이저 설치와 관련해 “안테나 소자를 고정하기 위한 지지대는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넘어가거나 부러지기 쉬운 fragile 타입으로 설계 및 제작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안테나 지지물은 스스로 지탱해 주는 철재 또는 알루미늄 타워로 돼야 하며, 또한 자체 지지 구조물로서 잘 부러지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매뉴얼을 참조하라고 기재돼 있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74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