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짓는 목동 깨비시장…“늘 친절하게 반겨주던 점원이었는데” (어제자 차량 돌진 사망 사고)
“과일가게에 들를 때마다 늘 친절하게 반겨주시던 분인데…. 젊은 사람이 황망하게 떠났다니까 너무 마음 아프죠.”
세밑 대형 교통사고가 벌어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1일 만난 동네 주민 황아무개(72)씨가 일상적으로 만났던 상인의 돌연한 죽음 앞에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오후 3시53분께 김아무개(75)씨가 몰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가속하며 깨비시장으로 돌진해 상인과 보행자 12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목숨을 잃은 40대 남성은 과일가게 직원으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며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가게 주변에서 “안타까워 어떡하냐”며 눈시울을 붉혔고, 상인들도 동료를 잃은 슬픔에 애써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피해를 본 가게들 대부분은 문을 열지 못했다.
주민과 상인들은 전날 사고에 대한 아찔함과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시장 횟집 직원 나아무개(29)씨는 “고인과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던 사이여서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며 “10년 넘게 같은 자리 지키시는 성실한 분이었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분이었다. 과일가게 사장님과도 가족 같은 사이였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황씨도 “시장에 들어서면 늘 고인이 이 자리에서 손님들을 반겨줬다”며 고인을 기억했다.
또 다른 동네 주민은 “전날 시장에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는 길이었는데 시장에 다다르기 3분 전쯤 굉음이 들렸다”며 “시장에 도착했더니 과일과 채소 등이 온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다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차가 나를 덮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말했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인근 가게 상인은 “‘펑’ 소리가 난 뒤 승용차가 들이닥쳐 눈 깜짝할 사이 사람을 여럿 치고 지나갔다”며 “차가 이불가게를 쳤는데 그때 이불이 네다섯겹 바퀴에 감겼고 다른 가게 매대를 마지막으로 들이박고 멈췄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운전자 김씨가 2년 전쯤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적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이 없어 대화가 원활히 되지 않는 상태”라며 “사고를 낸 날에도 치매약을 복용했는지, 현재에도 치매 증상을 보이는지 등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피해 가게 중 한 곳에서 일하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나씨는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에도 끝까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며 “경찰이 도착해 내리라고 하자 ‘내가 했다고?’라고 되물었다. 마치 사고를 낸 걸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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