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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尹 가짜 출근 취재기자 "경찰 조사 다음 날 검찰 송치"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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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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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통령 경호) 일하고부터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병원 다닌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 출근으로 '무한 대기'했던 현직 경찰들이 한 말을 한겨레 기자들이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쓴 한겨레의 보도 후 다른 경찰도 한겨레에 "새벽부터 밤까지 대기하면서 건강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인 지난해 11월6일부터 12월6일까지 주말과 외국 순방 기간을 제외한 18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 상황을 확인했다. 김채운 기자는 11월11일 한남동 관저 인근 건물 옥상에서 취재하던 중 경찰에게 발각돼 입건됐다. 이날 현장에 온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김 기자를 향해 "기자놀이 영웅놀이 하고 싶냐" "결혼 못 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11월27일 경찰 조사를 받고 다음 날 바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겨진 김 기자는 "비상계엄이 터진 날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취재한 김채운·정환봉·채윤태 기자를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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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가짜 출근 취재는 어떻게 시작됐나.

정환봉=7월쯤 제보가 들어왔다. 윤석열 대통령 지각 출근은 서울의소리 등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었다. 이번 제보는 지각 출근 때문에 가짜부대를 먼저 보낸다는 거였다. 계속해서 지각이 들키니까 아예 가짜 차량을 오전에 내보내고, 출근은 오후에 돼서야 한다는 거다. 아는 취재원이 제보를 해왔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 공권력을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행위다. 제보받은 달인 7월 곧장 하루 이틀 정도 관저 근처에 가서 물밑 취재를 시작하고 10월 말 TF를 꾸렸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뻗치기를 한 건가.

김채운=11월6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앞을 살폈다. 전후 정황을 파악하려고 일대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설프니까 경찰들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더라. 괜히 약속 있는 것처럼 연기하기도 하고, 만나기로 한 사람 있는데 안 온다는 식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정황을 알게 되니 관저 근처 카페에 들어가 창문 쪽에 자리 잡고 경찰들을 살폈다. 카페에서도 딴짓하는 척, 노트북으로 축구 경기 보는 척하면서 카페에 들어오는 경찰들이 뭐라고 하는지도 좀 들었다. 그런데 저는 11월12일부터는 관저 근처에 있지 못했다. 전날인 11월11일 취재하던 중 용산경찰서에 입건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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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입건됐나. 

김채운=처음 주변을 탐방했을 때 옥상에서 보면 관저 쪽이 잘 보일 것 같은 건물들이 몇 개 있어서 건물 위로 올라갔다. 핸드폰 화면으로 관저 쪽을 보고 있었는데, 경찰이 땅에서 그런 제모습을 보고 촬영한다고 생각해서 막 달려왔던 것 같다. 11월11일 딱 한 번 올라갔다. 경찰들은 군인이나 경찰 행렬을 촬영하는 게 불법이라고 말했다. 촬영을 한 게 없어서 결백하니까 경찰에 협조했다. 제 핸드폰을 가져가서 갤러리 확인하고 휴지통까지 확인하더라. 

경찰은 15명 정도가 왔던 것 같고, 건물 1층에서 저에게 신원을 밝히라고 했다. 가방을 열어보기도 했다. 용산서 안보팀에서 저에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형사팀을 부르더라. 형사팀이 와서 이번엔 좀 무섭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갑자기 형사과장도 부르더라. 저한테 건물 왜 올라갔냐고 또 물었다. 경찰에 출석해라, 당장 임의동행하자고 말했을 땐 거부 했다. 나중에 시간을 정해서 가기로 했고, 결국 다음 날인 11월12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됐다. 

-용산서에 출석해 조사받은 바로 다음 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겨졌다.

김채운=1차 조사가 11월27일 5시간 정도 진행됐다. 다음 날 바로 대검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기소 의견 송치됐다고 연락이 왔다. 놀랐다. 제 변호사님도 무리한 송치라고 말했다. 저희 쪽에서 의견서를 하나 더 전달하기로 경찰 수사관이랑 합의가 됐었다. 근데 의견서도 안 받고 검찰로 송치됐다. 변호사님도 이런 경우 되게 드물다고 말했다. 

정환봉=경찰 조사할 때도 김채운 기자 얼굴 사진도 다 돌았던 것 같다. 관저랑 대통령실 주변 사람들한테 김채운 기자 얼굴과 인적 사항이 다 뿌려진 것 같았다. 


김채운=그 이유가 1차 조사 당시 11월11일에 경찰에 걸렸는데, 그 이후에 대통령실 주변에서 기자님을 본 거 같다는 저희 경찰들이 있다고 말하더라. 거기는 관저랑 완전히 별개 지역인데, 제 얼굴을 대통령실 주변 경호 경찰들이 외웠던 것 같다. 언론인 사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관저 근처 건물 현장에서 당시 부적절한 얘기를 했나.

김채운=11월11일 관저 근처 현장에서 저에게 영웅이 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기자 놀이 영웅 놀이 하고 싶나 본데, 큰일 난다, 김 기자 이러면 나중에 결혼도 못 한다'라고 말하더라. 친한 형이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이야기하더라. 빨간 줄 가면 네 미래에 지장이 갈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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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무슨 이야기 했는지 기사에 비교적 자세히 담겼다.

채윤태=11월12일부터는 제가 관저 주변 카페에 앉아 있었다. 경찰들이 쉬러 들어왔을 때 대통령 관저 출근에 대한 불만 섞인 이야기를 하더라. 어느 날엔 A 부대가 왔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이 있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중에 한 분이 여기서 일하면서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과로로 병원 다닌다고 이야기하더라. 

-가짜 차량 행렬과 진짜 차량 행렬은 어떻게 구분했나.

채윤태=카페 맞은편 골목에 항상 경찰 한 명이 서있다. 그런데 그가 경광봉을 든다거나 2인 이상이 된다면 곧 뭔가 나온다는 징후가 됐다. 가짜 진짜를 구별하는 거는 경광봉을 든 경찰이 가짜 차량이면 도로를 쳐다도 안 보고 자기들끼리 사담을 나누거나 '갔네?'라고 말한다. 진짜인 경우는 나오기 전부터 두리번거리고 행인한테 '어디로 가세요'라고 묻는다. 길가에 서 있는 차량에 사람이 탔는지도 다 확인하고, 버스도 빼달라고 한다. 그런 차이를 확인했다. 

김채운=집을 나서기 전, 서울 시내 교통 CCTV 사이트 주요 길목을 띄워놓고 화면 녹화 해놓고 퇴근 후 확인했다. 진짜 행렬일 경우, 전후로 경찰들의 긴장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CCTV가 행렬을 쫓아가며 행렬을 확대해서 주목한다. 주로 루트도 가짜는 정문으로 가는데, 진짜는 남문으로 갔다. 이런 차이들이 점점 보이다 보니까 확신했고, 나중엔 경찰분들 중에서도 증언해 주시는 분들이 좀 생겼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 경찰 라운지에 한겨레 보도에 공감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채운=현직 경찰이 '나 경찰인데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고 화가 난다'며 경찰 블라인드를 캡처해 줬다. 경찰 인력이 너무 낭비되는 것에 화가 났다고 하더라. 메일도 왔다. 서울경찰청 경호에 투입됐던 경찰이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대기하면서 건강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한겨울에는 발가락이 부러질 것 같은데, 경찰 수뇌부나 대통령경호처도 이런 아픔을 공감해 주지 못했는데 이런 취재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이 왔다. 전반적으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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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불편을 초래하는 관저를 이전해 놓고, 출근을 제시간에 하지 않았다. 대통령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정환봉=이게 어떻게 지금까지 보도가 안 되고 있었는지 신기하다. 아무래도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경찰들도 쉽게 말하기 어려웠을 거다. 다른 경찰 고위직들한테 연락했을 때 부인은 안 하는데, 적극적 확인은 해주지 않았다. 경찰이 무슨 죄냐. 매일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고 일상이 전혀 안정적이지 않았다. 군대도 사고 나면 부대가 다 징계받는데, 대통령이 사고 나면 어떡하냐는 그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오전 9시 대기가 끝나는 게 루틴이 되면 괜찮은데, 경호 목적이면 이해가 되는데 업무에 대한 사명감이 느껴지지 않은 일을 한 거다. 

그곳이 원래 막히는 지역인데, 오전 9시뿐 아니라 교통통제를 여러 번 하니까 출근길이 겹치는 분은 멀리 돌아가고 그랬던 건데 그게 가짜라는 걸 알면 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을 속인 거고 경찰과 시민들한테 불편을 떠넘긴 거다. 헌법에 대통령의 성실 의무가 규정됐고 선서도 했는데, 그걸 정면으로 배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채운=관저 근처에 한남초가 있다. 초등학생도 오전 9시에 등교한다. 대통령은 저 안에 있는 거 뻔히 아는데, 그게 참 그랬다. 

-취재 도중 비상계엄이 터졌다.

김채운=당시 사회부 전체 회식하고 있었다. 2차에서 주문한 치킨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비상계엄 속보가 떴는데 선배들이 제일 먼저 하신 말이 "채운이 어떡해?"였다. 각 언론사에서 군인이 들어올 걸 대비했었고, 저는 바로 국회로 가서 취재했다. 마지막 계엄은 한겨레가 있지도 않을 때 있었다. 제가 20대인데 계엄 상황을 취재한 것,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것 자체가 2024년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박서연, 금준경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2791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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