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0.29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 어머니인 강선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강 운영위원과의 일문일답.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목숨을 잃었잖아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으로 마음이 많이 안 좋았을 것 같은데...
"다들 여행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이었을 거잖아요. 집에 다 왔다고 안도했을 것 같은데 사고가 나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고 저희 아이들 생각이 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잖아요."
- 다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마음이 안 좋으셨을 것 같아요.
"다들 저와 비슷한 마음 마음이세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29일이었잖아요. 저희도 10월 29일이고 그런 부분들도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때문에 유가족협의회에서 어제 유가족으로서의 아픔을 위로하는 마음을 전하는 논평 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잘 대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 정부는 1월 4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어요.
"이 정부가 2년 전 이태원 참사 때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참사에 대해서는 아주 무책임했거든요.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하거나 책임지겠다고 한 사람이 없었고 유가족에게 브리핑 한 번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 정부가 애도 기간 선포한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국가가 애도 기간을 점령하겠다는 행위인 것 같아요."
- '점령 행위'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애도하고 추모한다는 건 사실 끝 없는 거잖아요. 근데 애도 기간을 정했다는 건 '이때까지만 애도하고 슬퍼해 그다음에는 기억하지 마'의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참사를 덮어버리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 정부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이태원 참사 때는 정부 브리핑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도 지금 참사에 대해선 정부가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통합지원센터도 공항에 설치한 걸로 알아요. 저희 때보다는 조금 빠르게 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피해자 권리에 대한 부분들을 잘 보장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유가족들을 모이게 하고 조사 과정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잘 알려줬으면 해요. 그 다음에 희생자 수습 과정이라든가 또 피해자 지원하는 부분에 대한 것들도 정부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태원 참사 때는 합동 분향소에 희생자 위패가 없어서 논란이었는데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엔 위패가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그나마 내란범이 지금 정권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 보니 다행히 위폐가 놓여 우리가 어느 분을 애도해야 할지 알면서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잖아요."
-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됐잖아요. 그게 그나마 다행일까요?
"직무 정지가 되었기 때문에 이 참사에 대해서 이태원 참사와 조금 다르게 진행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제(29일) 윤석열 대통령이 SNS에 올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글은 어떻게 보셨어요?
"자신을 향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해놓고 수사도 받지 않더니 뻔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체포해서 수사 받게 해야 합니다."
- 이번 참사 직후에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참사 유가족들은 특히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더욱 아플 것 같은데...
"저는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과는 다른 일상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거죠. 참사는 절대로 원상복구 될 수 없거든요. 저는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잃었어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뭔가 하고 싶다는 의욕이라는 게 없어졌어요. 지금 (제가) 살아가는 건 저희 아이들의 명예 회복과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죠. 그래서 정말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생명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제가 함께하길 바라는 거 말고는 바라는 것도 없어요. 의욕도 없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잃어버린 지 너무 오래됐고 그렇거든요. 극복은 안 되는 것 같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거죠."
-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때 유가족은 참사 후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정확하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잖아요.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요. 그렇다 보니 정확한 대응책이 나온 적이 없었고 재발 방지 대책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만 1심에서 금고 3년형을 받았어요. 서울 경찰청장 김광호와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거든요. 아직 제대로 처벌 받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항소심 기다리는 중입니다."
- 지금 특조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특조위는 지금 시행령을 발의하고 제정되기를 기다리고 있고요. 예산 관련해서는, 특조위가 2025년 예산 결산안이 확정된 다음에 출범해서 예비비로 진행하는 걸 협의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진행이 너무 더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증거 인멸이라든가 자료 또 공소시효 같은 것들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 다르게 생각하면, 이번 윤석열 정부 하에서 진행되는 것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조금 시간이 지났어도 조사 활동에 정부 기관들이 조금 더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긴 합니다."
- 운영위원님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 어떻게 보셨어요?
"그때 여의도에 나가 있었죠.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는데 또 그런다고 우리 아이들이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나라를 위해서는 당연히 탄핵 가결이 돼야 됐던 거였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마음에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 혹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만날 계획이 있나요?
"아직은 시신 확인 안 되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정리가 되면 빠른 시일 내에 유가족 협의회 차원에서 방문할 예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만나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말은 못 할 것 같아요. 대신 손 잡아 드리고 안아드릴 것 같아요."
- 참사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뭘까요?
"우선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가족분들이 참사의 원인 규명을 파악하고 어떻게 희생자분들을 애도할지에 대한 부분 고민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가족끼리 잘 모여서 서로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우선 슬픔에 잠긴 제주항공 유가족분들과 부상자들의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들이 항상 함께 할 것이고 옆에서 손잡아드리고 연대하겠습니다. 혼자 있게 두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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