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촉발된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 인구도 여섯 배나 많고 항공기가 주요 이동 수단인 미국과 함께 세계 최다 LCC 보유국이다. 현재 총 9개 LCC 업체를 보유 중이며 이들 업체의 여객 운송 비중은 국내선의 경우 65%, 국제선의 경우 35%에 달할 정도로 해마다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올 들어 아시아나항공을 제치고 국내선 이용객 수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9개 업체의 항공 정비사를 모두 합쳐도 대한항공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부실 관리 의혹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항공 국내선 이용객은 총 442만737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426만1842명)보다 많은 수치로 대한항공(583만87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용객 수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국제선 이용객 수 역시 781만4763명을 기록, 대한항공(1604만502명)과 아시아나항공(1084만4380명)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제주항공은 2006년 제주-김포 취항을 시작으로 2009년엔 LCC 최초로 국제선까지 영역을 넓혔다. 취항 첫해인 2006년 25만 명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연간 수송객 수 1000만 명 시대를 열었으며, 2023년 7월에는 국내 LCC 최초로 누적 탑승객 1억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지난해에는 1231만 명을 수송해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빠르게 연간 수송객 수 1000만 명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르게 외형을 키워 왔지만, 항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에 관해서는 투자를 소홀히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이 지난 7월 공시한 내년도 안전투자 목표계획액은 5234억3600만 원으로 올해 계획치(5923억5600만 원)보다 1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의 항공 정비사 수 역시 2019년 542명에서 지난해 469명으로 줄었다.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제주항공의 정비나 안전 점검 환경이 열악했다는 주장도 다수 올라와 있다. 올 2월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글을 올린 익명의 직원은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라고 했고, 본인을 정비사라고 주장한 한 직원은 “타 항공사 대비 1.5배 많은 업무량에 절어 있는 사람이 정비하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LCC 업체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11월 기준 LCC 업체들의 국내선 여객 운송 비중은 65.0%를 기록했다. 국내선의 경우 3대 중 2대꼴로 LCC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선 여객 운송 비중 역시 2019년 26.4%에서 올해 35.3%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LCC 9개 업체의 항공 정비사(1643명)를 모두 합쳐도 대한항공(2661명) 한 곳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안전 분야 투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 업체는 정비 부문을 외주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체 정비도 진행하는 만큼 이 부분 역량이 부족한지 등은 더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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