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표주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올해를 넘기게 됐다. 토종 OTT 공룡 출범이 늦어지는 사이 넷플릭스의 독주체제가 굳건해지는 형국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법인이 내년 상반기에 출범할 전망이다.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양사 간 연합군 출범은 연내에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웨이브는 SK스퀘어(40.5%)가 최대주주이며, KBS·MBC·SBS(각각 19.8%) 등 지상파 3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빙의 주주는 CJ ENM(48.9%),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에스엘엘줄앙(12.7%), 네이버(10.7%) 등으로 구성됐다.
SK스퀘어와 CJ ENM은 지난달 27일 웨이브에 총 25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통해 합병의 의지를 불태웠다. 양사 최대주주가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만기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친 것.
웨이브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양사의 합병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였지만, KT가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올해를 넘기게 됐다. SK스퀘어와 CJ ENM의 본계약이 체결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에나 합병법인 출범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와 CJ ENM이 합병 계획을 2022년 말에 내놓은 것을 감안했을 때 2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는 것.
양사 합병이 늘어지는 사이에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의 독주는 심화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넷플릭스 MAU(월간활성이용자)는 1160만명으로 티빙(730만명), 웨이브(425만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티빙과 웨이브의 MAU는 1200만명에 육박하면서 넷플릭스를 제칠 것이라는 분석이 높았다. 하지만 양사의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면서 합병이 이뤄져도 넷플릭스와 대등하거나 못미치는 수준이 됐다.
넷플릭스는 티빙과 웨이브 연합군 출범이 늦어지는 사이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동맹 관계를 형성했다. 또한 SBS와 콘텐츠 공급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도 OTT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OTT 환경을 감안했을 때 늦은 합병이 시너지를 내기에 역부족이라는 것.
2021~2023년 3년간 티빙·웨이브·왓챠는 합산 수천억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냈다. 특히 티빙은 지난 한 해에만 14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손실을 보고 있는 구조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매년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예상보다 시한을 훌쩍 넘기면서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2025년에도 넷플릭스의 1위 타이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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