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훈 변호사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12월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여의도 집회 참가자를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21%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이 61.1%로 남성을 크게 앞섰다. 성별·연령대별로 세분해 측정한 결과, 20대 여성이 17.9%, 30대 여성이 1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여성의 적극적 참여가 20대 그리고 여성 전체의 비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20대 여성의 참여 비율은 직전 주인 12월7일 집회에서도 가장 높았다.
이런 분석에 대한 어떤 반응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12월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젊은 여성’의 정치의식과 그로 인한 희망을 얘기했다. 인터뷰 전문을 보면 ‘젊은 여성’을 4번이나 강조한다. 진행자 김현정은 이에 대해 매번 ‘젊은이들’이라는 성별을 소거한 표현으로 되받는데, 저널리즘에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발언에서 윤 전 장관이 ‘젊은 여성’ 네 글자를 힘주어 얘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12월23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이재석 전 KBS 기자는 전국농민총연맹 하원오 의장을 인터뷰했다. 남태령 현장에 온 시민 중 여성이 더 많았다는 하 의장의 발언에 대해 진행자는 ‘그게 좀 너무 여성들만 이렇게 부각할 필요는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다음날 그는 오해를 살 만한 불필요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하며 ‘전농 의장 인터뷰는 남태령 시위 현장에 참가한 시민 특히 2030 젊은 여성의 활약과 연대의식을 더욱 알리기 위한 것’이라 했다. 여성만 부각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과 젊은 여성의 활약을 알리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쯤 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치권의 그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그는 여성의 집회 참여율이 높은 것은 치안이 좋기 때문이고 20대 남성의 20%는 군대에 가 있다고 얘기했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젊은 남성들이 다른 성별·연령대에 비해 시위에 덜 나오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거나 집회 외의 다른 영역으로 논의를 확대할 생각은 없다. 굳이 하자면 ‘지금 우리는 민주공화정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 살 날이 나보다 많은 분들이니 앞으로 많이들 나오시라’는 정도의 얘기를 해주고 싶다.
하지만 통계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현상을 두고 ‘젊은 남성들도 현장에 있었다’ 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이해해줄 이유는 없다. 더욱이 현장에 있던 수많은 여성의 발자취를 지우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여성 차별의 역사는 뿌리 깊고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여성의 기여는 늘 과소평가되고 여성의 이름은 감추어져 왔다. 지금도 우리는 과거의 여성들의 발자취를 더 많이 찾아내고, 숨겨진 여성 인물을 계속 재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바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여성의 발자취 특히 젊은 여성의 기여, 나중에 힘을 들여 재발견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이를 지우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 몇몇 현상은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평등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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