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본보 취재 결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최근 정보사 정성욱 대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올해 10월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관련 도서 제목을 알려주면서 '예비역 장성 대상 교육 자료로 쓰려 하니 정리해 보내달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예비역 장성'은 대수장 회원들을 지칭하며, 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이달 1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미션을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극우 유튜버' 영상들을 콕 집어 내용 정리를 주문한 정황도 나타났다. 그는 △사전투표용지 관련 의혹이 제기된 사진과 영상 △선관위 홈페이지에 선거인수와 투표용지 수가 차이 난다는 주장 등이 담긴 유튜브 링크를 정 대령에게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보안이 뛰어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시그널'과 텔레그램으로 지시한 뒤 유튜브 영상 링크나 자료, 대화 삭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수장은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며 출범했으며, 육해공군 및 해병대 출신 예비역 장성 800여 명이 가입했다. 대수장은 2020년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한 21대 총선 직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여러 편 게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달 15일 긴급체포되기 전에도 언론에 '대수장에서 부정선거 관련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수장은 노 전 사령관이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회원은 아니라고 했다. 올 9월 대수장이 주최한 '부정선거 관련 좌담회'에 노 전 사령관이 참석한 사실도 최근에야 확인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의 이런 행보는 자신이 별동대로 삼은 '수사2단'에 부여한 선관위 장악 임무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 또다른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정보사 김봉규 대령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를 찾아서 부정선거를 자수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심문할 계획을 밝히면서 "야구방망이를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놓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엔 노 전 사령관이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과 정 대령 등에게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것이 다 나올 것"이라며 야구방망이·니퍼·케이블타이 등 진압 물품 준비도 지시했다.
공조본은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 지시를 현역 장성들이 따른 배경에 인사 영향력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당초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과 별다른 근무연이 없었지만, 올해 10월 초쯤 정 대령에게 대뜸 텔레그램 전화를 걸어 "전역이 얼마나 남았나? 대령들이 누구 있나? 김 대령이 먼저 진급하고 다음에 너가 하면 되겠다"라고 인사를 언급했다고 한다. 김 대령은 정 대령과 함께 이달 1일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롯데리아 회동'에 불려 나왔다. "내가 도와주겠다, 내가 장관을 잘 안다"고도 호언장담했다. 당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로,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김 전 장관의 '심복'으로 통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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